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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수기) 밤과 낮, 그 사이 어딘지........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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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파도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332회   작성일Date 22-08-0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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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과 낮, 그 사이 어딘지 모를 곳에서, 나는 낮으로 걸어 나왔다.

     

    좁고, 습하고,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던, 암막 커튼이라는 성안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 까.

    식물처럼 모든 것에 흥미를 잃고, 모든 것에 절망하고, 모든 것을 두려워하고,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을 느끼기 싫었던, 적막과 어둠 사이에, 낮도 밤도 모르던, 껍질에 머리를 숨긴 거북이는, 자라는, 바위처럼 얼마나 있었을까.

    몸에 돋아난 이끼가 점차 살아있다는 것도 잊어가게 만들즈음, 죽음이라는 것에 가까워 갈 즈음, 내가 보았던 빛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걸 알았다. 알고 있었다. 빛은 내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스라히 나를 보듬던 희망이라는 빛살은, 조심스레, 그러면서도 따스했던 것은, 내가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내가 이대로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나는 조심스레 그 빛을 향해 발걸음을 내밀었고, 나는 동료활동가가 되었다.

    그게 내게 찾아온 동료상담가들이었고, 그들과 했던 동료 상담이었다. 그리고 내가 깨닫지 못한 나의 목소리였다.

    2년이라는 시간은 동굴에 찾아든 아침햇살 같았다. 만지면 사라질 것 같았고, 아늑하던 보금자릴 벗어나면 껍질을 벗길 것 같던 폭풍일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나는, 도망친 암막의 성에서 나왔다.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보다, 사람처럼 살고 싶다는 열망이, 나도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다는 희망이, 더 강했다.

    그들의 모습이 나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나와 같은 이들이기에, 어쩌면 나보다 힘들 이들이기에, 동료인 그들의 모습이 언제나 고개 숙이고 있지 않게 해주었다. 나를 채찍질하게 해주었다.

    작년은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새처럼 아장거렸고, 눈부심에 앞이 먼 장님 같았다. 무턱대고 밖으로 나선 것만으로도 힘겨웠다. 내 인생에 일 년도 안 되는 고립의 생활이었지만, 그 시간은 내게 많은 것을 잊게 해주기라도 한 것 처럼,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회 속에 이지만, 사회 속에 고립된 무인도에 있었다.

    사람 속에 있는 것은 내게 낯설었고, 불편하고, 불안했다. 그리고 너무 어지러워 무엇도 생각하지 못 할 만큼 경황이 없었다.

    영영 적응하지 못할 것 같았다. 여기는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았다. 동료상담은 어려웠고, 서툴렀고,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것은 늘 부담으로 다가왔고, 그것은 늘 나의 부족함을 자각하게 했다.

    그만하고 싶다고도 생각했고, 언젠가는 스트레스로 내가 무너져 내릴 뻔도 했다. 급성기에 휘둘리고 먹혀버릴 것만 같았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결국 그만두지도, 무너지지도 않았다. 아슬아슬했지만, 괴로워하기도, 힘겨워하기도 했지만, 올해에도 동료상담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때때로 강의를 나가기도 하고, 발표를 하기도하고, 인터뷰를 하거나 간담회를 나가기도 했다.깎여나가고, 지치기도 하고, 잠시 멈추기도 했지만, 나는 여전히 동굴 속으로, 암막의 성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햇볕아래, 이 자리에 있다.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내가 어떻게 도망치지 않았을까. 무너지지 않았을까.

    여전히 힘들지만, 여전히 자신이 없지만, 그럼에도 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건 보이지만, 동시에 보이지 않는 것.

    내가 멈춰서려 할 때, 지쳐 쓰러지려 할 때, 내 등을 밀어주고, 손을 잡아주고, 어깨동무하며 함께 걸어가 주던 사람들.

    우린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자, 밤중의 등대였다.

    동료들은 내게 사회에 있을 수 있게해주었고, 더 좋은 상담을 할 수 있게 자극과 도움을 주었다.

    나는 이야기치료를 사용했고, 함께 걷는 우리의 신념을 가슴에 품었고, 승화라는 철학을 생활에 녹여냈다.

    2년이라는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빗어지고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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