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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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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사자주의

    [자유가 치료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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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시아
    댓글 댓글 1건   조회Hit 60회   작성일Date 25-01-22 17:12

    본문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 편견을 정치적으로 부수고 새롭게 해석한 나라가 바로 이탈리아입니다. 프랑코 바살리아 법으로 불리는 180호가 바로 개혁의 시작이었습니다. 이 법에 따라 1980년 1월 1일부터 국립정신병원 들의 모든 입원실이 문을 닫았습니다......(중략)......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 편견은 자유를 억압하고 정신요양원이나 정신병원에 수용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중략)......치료는 증상의 최소화를 의미하고, 재활은 정신질환으로 인한 능력의 결함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또한 회복은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회 결함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인권은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사회로부터 배제되지 않는다는 사회 통합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 추천사: 이영문 서울시 전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이사 -



      우리나라에서도 국립정신병원 들의 모든 입원실 문이 닫힌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도 하기 싫어진다. 우리나라에는 크고 작은 규모의 개인 정신병원들이 많이 있다. 개인 병원들은 대부분 폐쇄적이지만 국립정신병원 들은 비교적 개방적이고 환자의 인권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편견은 오래전부터 만연해 있다. 감옥보다도 못한 것 같은 폐쇄 병동에 몇 달 입원하고 나오면 무기력하고 인지 능력이 떨어진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은 왜일까? 그것이 진정 치료이고 회복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약물 과다로 인해 소통도 어렵게 되고 동작도 느려지고 집중력도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나 혼자만의 경험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병원에 가두어 두는 것은 치료가 아닌 폭력이 되기도 하고 고문 또는 방치에 가깝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방방곡곡 정신보건 시설들이 가득합니다. 여기는 지금도 정신 질환자들 수만 명이 수용되어 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수용이 아니라 감금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언제 시설에 풀려날지 기약이 없습니다. - 서문: 백재중 -


      정신과 전문의도 아닌 지은이는 어떻게 이 글을 쓰게 되었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의 정신의학이 얼마만큼 뒤떨어져 있는지, 폐쇄 정신병원이 얼마나 인권에서 벗어나 있는지 처절하게 느끼셨을 고뇌를 생각해 본다.

      내가 입원할 당시 1986년 가을 즈음엔 정신보건법이 제정되기 전 이어서 정신장애인 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때 상업학교를 나와서 취업했다. 이력서를 내면 정신장애인 인지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다. 단지 일의 능률이 떨어지면 견디고 버티다가 권고퇴직을 당하던지 스스로 퇴사하면 되었다. 장애인복지법이 생기고 나서는 먼저 물어보는 곳이 있다. 사실과 다른 대답을 하고 입사하면 크게 불이익을 받는다. 조금 능률이 떨어질지언정 일하고 받아야 할 임금조차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범죄자, 위험한 사람이라는 등의 부정적인 인식이 사람들의 의식에 박히게 되었다. 부정적인 인식을 만드는 데는 언론이 한몫하기도 했다.

      초조, 불안, 공포를 떠올리게 하는 음악과 함께 사건 사고를 크게 확대하고 해석하여 정신장애인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일에 앞다투어 기사를 보내기도 하던 때가 있었다.

      비자의로 강제 입원되면 보통 장기입원이 되기는 흔한 일이 되었다.

      어느 당사자가 교도소에 있으면서 교도소가 정신병원보다 낫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야말로 정신병원은 사람에게 최악의 장소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


      이탈리아의 프랑코 바살리아라는 정신과 의사와 함께한 이들이 정신보건을 개혁하게 된 과정이 잘 나와 있다. 

    이탈리아의 정신보건은 바살리아 법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한다. 현재는 이탈리아에 폐쇄 병동이 없다고 한다. 참으로 부러운 일이다. 우리나라에도 저런 혁명을 일으켜줄 의사 선생님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러 면에서 사정이 다르다. 문화도, 관습, 생각, 시설, 법의 잣대,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자살률이 큰 차이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나라에서 이대로 계속된다면 복지부에서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보건이 변화해야 한다. 이탈리아처럼 개혁한다면 더 좋을 게 없겠지만, 우리나라에 맞게 조금씩 변화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본문 인용> 바살리아가 이끄는 진보적 정신과 의사 그룹은 고리찌아 정신병원의 운영을 맡아 치료 공동체의 원리에 따라 병원을 재조직하고 병원의 모든 제도적 장벽과 억압적인 진료 시스템을 개선해 나갔다. 바살리아는 부임 후 고리찌아의 루나틱 수용소에서 환자를 침대에 결박 못하게 금했고 격리도 금지했다......(중략)......「시설의 부정」은 1960년대 고리찌아 주변 마을에서 치료적 지역사회 모델을 적용하려던 시도에 기초하였다. 정신병원은 환자들을 치료할 수 없고 실질적으로 환자들의 상태만 악화시키므로 정신병원을 개혁한다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처음으로 선언한다......(중략)......필름이 방영되고 난 다음 정신병원 내부 풍경과 환자 모습을 담은 사진집 출간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카를라 세라티와 지아니 베렌고 가르딘이 촬영하고 프랑코 바살리아와 프랑카 온가로 바살리아가 편집한 「계급으로 인한 죽음」이 제작 되었다. 사진들은 고리찌아, 파르마, 플로렌스 등 세 지역 정신병원에서 1968년 4월부터 10월까지 촬영되었다. 두 사진 작가는 다른 지역의 정신병원을 방문하기도 하였으나 빈번히 거부당했고 바살리아의 도움으로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책 표지 바살리아의 글 인용


    “이러한 비인간화 과정의 결말은 환자들이 정신병원에 속박된다는 것이다. 이제 인간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를 규정하는 지배 속으로 흡수되어 엮여 버리게 된다. 그는 이미 끝났다. 다시는 풀 수 없도록 낙인찍히고 어디 호소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된다. 자신을 인간이 아닌 것으로 규정하는 신호들을 결코 부정할 수 없게 된다.”


      「계급으로 인한 죽음」의 바살리아의 인용 글 중 ’자신을 인간이 아닌 것으로 규정하는 신호들을 결코 부정할 수 없게 된다. ‘는 글은 폐쇄 병동에서 인간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지......

    마르코 까발로 라고 하는 말이 있었다. 1959년 산지오바니 정신병원 주변에서 운반 일을 맡아오다가 나이가 들어서 힘든 일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상태가 되었을 때, 산지오바니 정신병원의 환자들이 1972년 6월, 주 정부에 탄원을 내어 힘든 일에서 은퇴하여 쉴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한다. 말 못하는 짐승을 생각하는 환자들의 마음도 아름답지만, 병원에 있던 환자들은 까발로가 심히 부러웠을 것 같다.


    <본문 인용> 정신병원을 넘어서 지역사회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도시에 사는 ’온전한‘ 사람들과 정신 질환자들의 접촉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했다. 그래서 바살리아는 트리에스테 지역에서 파티나 활동에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격려하였다.



      정신보건 개혁에서 예술의 역할이 크다고 한다. (사)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을 보더라도 많은 동료가 예술적인 재능을 보이는 것을 자주 보았다. 파도손에서 미술 작품 전시회도 3회째 열었다.

    미국의 정신보건 개혁도 많이 변화된 것 같다. 이웃 나라 일본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정신병원과 요양시설의 대형화는 어쩔 수 없이 이대로 가도 되는 것일까? 병원과 시설에 강제적으로 오랫동안 수용되는 사람들의 처지에서 본다면 너무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든 자유 의지가 있고, 스스로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지만 중증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면에서 제한되고 남의 의지대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살아도 살아 있는 게 아닌 그런 것은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이탈리아도 바살리아법 180호가 생겨나기 전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병원의 제도적 장벽과 억압적인 진료 시스템을 개선해 나간다면 변화가 더 빨리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격리·강박 금지 1인 시위를 작년 여름부터 이어가고 있는데 격리.강박이 금지된다면 끔찍한 사고도 다시 생겨나는 일이 없어지리라 생각된다.


      산 지오바니 병원의 개혁 실험은 이탈리아 전국으로 퍼져 정신병원 폐쇄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개혁 과정에서 직원들과 지역 주민의 저항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한다. 개혁에 앞서 저항은 항상 있는 일인 듯싶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 이라는 것을 어렸을 때 교과서에서 배웠는데, 정신적인 아픔이 있는 사람들도 사회생활을 해야 회복이 빨리 일어난다는 것을 사람들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프랑코 바살리아는 참으로 위대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백재중: 원진레이온 직업병 투쟁의 결과로 설립된 녹색병원에서 내과의사로 일하고 있다. 차별과, 혐오가 없는 건강한 세상을 꿈꾸고 있으며 인권의학연구소 이사이기도 하다.[의료 협동조합을 그리다]와 [삼성과 의료민영화]가 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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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이님의 댓글

    별이 작성일 Date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