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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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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실화 탐사대- 조현병 환자 가족의 마지막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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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헤타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0,194회   작성일Date 19-05-2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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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당사자들은 가족과의 관계가 그리 좋지않습니다. 가족 구성원에게 언제나 구박을 받고 강제입원을 시킨 당사자들이며, 가족임에도 당사자들을 '비 정상'이라 부르는 데 거리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외에도 다양한 이유들이 있지만, 가족들은 언제나 자신을  피해자라고 정의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끝까지 돌보아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사자들이 왜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지 이해하려 들지 않고, 기괴하다고만 말합니다. 치료를 거부하면, 강압적으로 약물치료를 하게 만들어왔고 (요즘에는 덜해졌지만) 열악한 환경을 가진 폐쇄병동에 격리시켰습니다.

     

     물론 가족들도 힘든 점들이 있습니다. 물론 가족들도 나름 잘대해주려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긴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있듯, 지속된 당사자들의 병은 가족들을 지치게하고 불안해하게 하고 짜증나게 할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당사자의 잘못은 아니기에 잘못된 표출일 경우가 대다수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당사자들은 가족과의 사이에 벽을 쌓기 시작합니다. 그들과 척을 지기 시작합니다.

     

     

     더욱이 당사자 가족모임이라는 곳은 당사자 운동을 사사건건 방해하듯, 반대되는 의견, 의사의 의견을 포용한 의견에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건 미국의 환자가족 단체인 나미와도 비슷한 행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의 인권을 높이기 위해선, 그리고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족에 집중하기보다는 당사자에 집중해야만 합니다. 그렇다고 가족의 이야기를 배제하라는 극단적인 이야기는 아니며, 충분히 그들또한 의견을 낼 수 있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MBC의 실화탐사대는 그러하지 않았습니다. 2019년 5월 22일 수요일, 조현병환자 가족의 마지막 소원이라는 제목으로 조현병 관찰 몰카가 방송을 탔습니다. 제작진은 가족과 당사자간에 얽힌 복잡한 문제를 모두 당사자의 문제로 국한시키고 당사자의 이야기는 철저하게 배제했습니다. 충분히 인터뷰를 진행할 방법이 있었음에도 그들은 환자의 아버지에 집중하며 시종일관 조현병이 섬뜩하다, 공포스럽다는 표현과 연출을 했습니다.

     

     

     심지어 고립된 당사자에게 생전 처음 본 사람을 보내 강제로 방안에 들어서려는 시도를 한 것은 경악스럽기 그지없는 일이었습니다. 아무도 만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고립된 사람이라면 사람과의 만남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일이고, 거부반응이 나올 것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또한 조현병 환자가 아닌 평범한 시민일지라도 집안에 모르는 사람을 들여보내는 것을 싫어할 수 있음에도 그것을 위험징후 인냥 포장하는 제작진의 모습은 몰상식하기 그지 없다고 말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더욱이 그는 정신장애 당사자이면서 고립된 체 살아갔기에 누군가의 접근에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해서 발작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당사자의 사정을 감안하지않고 몇번이고 집안으로 들어가려한 제작진은 강렬한 거부 반응을 보여주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걸까요?

     

     

     충분히 그렇게 의심해볼만한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그런 자극적인 걸 원한 듯한 흐름이 분명하게 보였습니다.

     

     

     조현병 자체는 위험하지 않다고 말을했지만 동시에 치료받지 않는 조현병은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제입원이 어려워져서 저런 환자들을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식으로 강제입원을 긍정하는 구시대적 마인드마저 과감없이 방송을 탔습니다. 급성기의 당사자의 대부분은 응급입원으로 해결할 수 있고, 방송에 나온 당사자는 급성기라고 볼수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병원 환경이나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 다면 트라우마로 더 병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방송은 말합니다. 조현병의 편견과 혐오가 심해졌다고. 하지만 연출은 전혀 그렇지 않았죠. 편견과 혐오가 진신인냥 계속해서 공포를 조장하는 뉴스와 당사자 아버지의 말이 영상으로 흘러나옵니다. 편견도 혐오도 해서는 해서는 안된다는 진행자들의 말과는 모순되게도 말이죠.

     

     

     급성기의 당사자는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타인을 공격하거나 자해를 할 가능성이 분명하게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급성기 당사자들은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지 타인을 위험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치료를 받지 않는 다고 범죄를 저지른다는 말은 완벽하게 성립할 수는 없는 말입니다. 사람마다 다른 모습을 보이는 급성기의 당사자들을 치료받으면 위험하지 않다는 한마디로 축약할 수 없는 일이란 겁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누가 범죄를 저지를지 알 수 없듯, 당사자도 누가 범죄를 저지를 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복약여부만으로 범죄의 가능성을 따지기 보다는 위험성이 있는 사람이 있는 겁니다. 평범한 사람들 중에서 누군가는 범죄를 저지르고 누군가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듯 말입니다.

     

     

     방송은 끊임없이 가족의 불안을 말합니다. 목숨을 걸고 동거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가족은 분명 그런 생각을 할수 있고, 그렇게 불안해 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건 당사자의 몰이해도 함께하는 것이기에 그와 관련된 적절한 조언을 할 수 있는 이를 게스트로 불러왔어야 합니다. 가뜩이나 공포와 편견으로 버무려진 방송이 조현병을 '진짜 시한폭탄'이라는 이미지를 굳혀버렸습니다.

     

     

     당사자를 그런식으로 방송에서 묘사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함을 인지하고 제작에 들어갔어야합니다. 연일 당사자 범죄 뉴스가 쏟아져나와 불안해하는 시기에 그를 가중시키는 역할만을 했기 때문입니다. 편견과 혐오를 걷어내야 할 시점에서 오히려 불안과 공포만 가중시키는 참담하기 그지없는 방송이었습니다.

     

     

    문제는 더있습니다. 사회제도,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한다면서 복약만을 강조하는 증상억제치료만 이야기가 이어져 나옵니다. 약은 특히 급성기에 효과적이고 평상시의 불안함도 탁월하게 해결해줍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먹어야하고 부작용은 크던 작던 겪어야만 합니다. 그 점에 있어서 약 없이 증상을 조절할 수있는 방법을, 병과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방송은 그에대해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치료의 목적은 사회복귀가 되어야하고 그게 당연한 이야기임에도 제대로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약만이 해결책인듯 연출이되었죠.

     

     

     그리고 의사가 당사자의집에 방문하면서 증상을 숨기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임에도 단순히 숨긴다며 넘어갑니다. 전혀 당사자의 입장을 반영할 생각이 없다는 태도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더욱이 신뢰가 쌓이지 않은 의사에게 증상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당사자로서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한 것을 조금이나마 알려주었으면 좋았겠습니다만, 방송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급성기의 환자의 옆에 신뢰가 있는 사람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며, 그것은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을 분명히 주지했어야만 합니다. 준비도 되지 않은 방송은 그저 쓰레기가 될뿐입니다.

     

     

     처지곤란한 재활용불가 쓰레기.

     

     

     방송은 준비되어있지 않았고, 방송내용으로만 봤을때, 그가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위험한 당사자도 아니고, 위험할정도로 자해하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물론 겉으로보면 충분히 위협이 될만한 모습이었을 것은 짐작이됩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불안해서 칼을 배개밑에 두고 잔것이고, 불안해서 물건을 파괴한 것입니다. 

     

     

     사람을 공격한 것이 아니라.

     

     

     그 점은 분명하게 집고 넘어가야 했음에도, 방어적인 행동이 분명했음에도, 방송 진행자도, 영상도, 조현병 환자를 시한폭탄으로표현해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대단한 일을 한 것이죠. 편견도 혐오도 굳어지는 그런 대단한 일이었으니까요.

     

     방송은 결국 의사를 초빙해 당사자의 집안으로 들여보냅니다. 당사자는 순순히 의사를 집안에 들여보냈고, 충분한 의사소통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의사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면 치료를 마냥 안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치료를 받지않는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당연히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그러한 이유를 가족도, 제작진도 생각하려들지 않았습니다. 아마 아버지는 아들을 그저 기괴하며 자신이 돌보아야할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이겠죠.

     

     

     방송에서는 방문진료가 해답이 될 수 있을 거라이야기했지만, 이는 쉽사리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당장 의사들이 방문진료를 하게되면 의료수가 적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움직이지 않을 수 있기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례관리라해서 지역내 정신보건 센터의 사회복지사 분들이 방문하는 시스템이 있지만, 그에 대해서도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급성기 환자를 강제입원시키기 어렵다는 이야기만 나왔지 응급입원에 대해서도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조현병환자 가족의 마지막 소원'은 그렇게 구멍이 많은 방송이었습니다. 혐오를 조장했고, 편견을 조장했습니다. 미디어는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데 언제나 신중해야만 합니다. 당사자들이 받을 고통을 생각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은 미디어는 폭력을 행사하는 것일뿐입니다. 그리고 이번의 실화탐사대는 그 폭력을 마음껏 휘둘렀죠.

     

     사과도 없고, 반성도 없이.

     

     얼마전의 tvN은 예능이기라도 했지만, 명색이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란 곳에서 할 짓은 아니었습니다. 제작진들은 이에 반성하고 당사자들에게 사과를 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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