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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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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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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들가을달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599회   작성일Date 24-06-12 16:07

    본문

    따사롭다 못해 뜨거운 햇빛은 여름이 다가왔다는 걸 알리는 것 같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3개월만 지나면 어머니의 첫 번째 기일이었다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시기이다

    차마 어머니의 납골당 가지 못하고 버틴 지도 10개월이 되었다는 소리기도 했다. 나는 최근에 다시 상태가 나빠졌다

    흐리멍덩했던 자살 생각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조금의 자극만 주어도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잠에 들지 못하는 저녁 시간에는 어머니가 날 낳은 거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까, 내가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지배한다.

     

    과연 어머니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을까? 분명 후회하는 날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를 사랑했던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혼란스러웠다

    해석하기에 나름인 방식은 간혹 독이 된다. 감정 기복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나는 아직도 이 물음에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 불안한 감정을 가져서 그런가, 요즈음 빨래 바구니의 그림자가 반대로 보이거나 7살 아이만한 검은 물체가 추락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힘들었을 때는 검은 화면에 비추는 내 얼굴이 악마처럼 보이기도 했다

    또한 10년 동안 혼자 있을 때면 의자나 책상 밑에 누군가 앉아있는 감각을 지울 수 없었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그것이 어머니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꼭 어딘가에서 살아 숨 쉴 것만 같았다. 이미 장례식을 치렀음에도 말이다.

     

    소름이 돋는 쭈뼛한 감각을 느끼지만, 아직까진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가끔은 이게 뭘까 싶었다

    아니, 처음엔 인식조차 하지 못했으나 사소한 계기로 그것들이 인식되었을 땐 혼란스러웠고, 무섭기도 했다

    한동안 그것들 때문에 입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도 고민했었다. 하지만 입원하게 되면 한동안 나오지 못해서 성가신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집을 비운다는 거 자체가 어려웠다. 퇴원하고 싶을 때 거부당하면 어쩌지? 약이 너무 강해서 상태가 더욱더 나빠지면 어떡하지

    혹시나 입원하고 있는 동안 내가 정신장애를 가졌다고 알려져 쫓겨나면 어떡하지? 하는 여러 가지의 공포감도 들었다.

     

    나는 내가 병을 가진 게 부끄럽지 않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선 병을 가지고 있다는 거에 반감을 품는다

    혐오적인 시선과 말도 싫었지만, 가진 것도 별로 없는 그 작은 것들조차 빼앗길까 봐 두려웠다


    그럴 때 마다 나라는 존재가 존재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을 가진다.

     

    한없이 나에 대한 불신감이 생겼다. 그림을 그릴 때면 완성해도 완성하지 않은 기분이 들어 몇 번이고 갈아엎고 다시 그리고, 괜찮아 보여도 이게 진짜 괜찮은지 의심했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시한대로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혹시나 말 한마디 하는 것조차도 그랬다

    해도 되는지 하면 안되는지 멍청하게도 제대로 구분 하지 못하여 그냥 입을 닫아버렸다. 실수투성이에 멍청한 나를 지켜보는 건 꽤 곤욕스러웠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살아야 한다. 나를 이끌어 주는 이들이 있기에 살아야 한다. 지쳐서 나가떨어진다고 해도 울면서 다시 일어나서 해야 한다.

     

    혼자있으면 더 그랬다. 밑바닥까지 파고 들어가 지구의 내핵까지 가야만 속이 시원한 것만 같았다

    아니, 시원하지 않았지. 그냥 내 자신을 괴롭히지 않으면 참을 수 없었던 거 같았다. 모든 게 내 잘못으로 돌리면 편했다어머니의 죽음조차도 말이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태어난 것 자체가 잘못된 것 같았다. 어디부터 잘못된건지 잘 모르겠다. 모르는 것 투성인 세상이 어렵기만 했다

    외로움, 불신, 자기혐오 등등 혼자 있을 때 튀어나오는 데, 남들과 있으려고 하면 꼭 민폐를 끼치는 거 같아 숨어버리게 된다

    내가 밝지 않고, 우울하면 잘못한 거 같았다. 이런 글조차 쓰는 것도 어쩌면 민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도대체 어디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해파리처럼 다시 부유하게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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