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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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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파견일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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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서늘맞이달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789회   작성일Date 23-11-2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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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파견일지 (11)

    - 비와 태풍, 8월은 시원해 질까.

     

    7시 무렵 잠에서 깨어난다. 8월의 한 주가 시작되어 당사자만의 근무일도 생겨났다. 어색하고 불안했던 근무들도 아무일 없이 지나가고 더위에 지친 나는 더 몸이 무거워져 간다.

     

    세상은 무작위로 칼부림을 부렸던 사람들의 일로 소란스럽고,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시선은 나빠지고 있다. 은근 슬쩍 사법입원에 대해 논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불안의 전염은 나조차 피해가지 못한다.

     

    그러나 잠 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는 나는 그 일에 신경쓰기 어렵다.

     

    당장의 일상조차 위태로운데 무얼 더 생각할 수 있을까.

    세상과 사회일이 아득하게 멀게만 느껴진다. 아니,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여유도 없다. 쉬이 잠들지 못하고, 잠을 자도 깊이 자지 못해 수시로 깨어난다 피로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몸을 일으켜씻고 집안일을 해 나간다.

     

    그러다 아침도 먹지않고 830분 무렵 다시 잠이 든다. 집안일이 좀더 남아있지만, 졸리고 어지럽고 몸이 무겁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자자.

     

    까무룩 잠든 나는 11시 무렵 깨어난다. 하지만 여전히 몸은 피곤하고 무겁다. 정신은 멍하고 두통은 은은하게 나를 괴롭힌다.

     

    대충 먹을 것들을 입에 넣고, 뻗친 머리를 정돈하고, 고양이 세수를 하는 나는 조급하기 그지없다.

     

    1시까지 늘어난 출근 시간에 맞추려면, 1130분 이전에는 집에서 나서야만 한다.

     

    아까 몸을 씻었으니 대충 준비해도 되겠지.

     

    10분도 지나지않아 나갈 채비를 끝낸다. 이 번 태풍이 위험하다고했지만 생각보다 조용히 비가 내린다.

     

    습한 공기와 식어버린 여름의 온도는 그렇게 끔찍하지 않았지만, 비는 내게 버겁다. 비가 오는 날은 관절과 뼈가 아릿하고 몸의 힘이 빠진다.

     

    어떤날은 두통과 현기증까지 있어 기분마저 예민하다. 짜증이 가득하고 금세 흥분이 올라온다.

    이건 정동장애의 한 증상일ᄁᆞ?

     

    애써 나는 감정을 갈무리한다.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성을 바로 하려 노력한다.

     

    늘 그랬듯 치열하게 감정을 다스리지만, 속은 전쟁터다.

     

    조금만 긴장을 늦춰도 이유 없는 짜증과 분노가 세어 나온다.

     

    명상을 떠올린다. 내가 배운 관조를 떠올린다. 내 감정이 이렇게 흐르는 구나하고 받아들인다.

     

    그렇게 나를 제삼자인 척, 게임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움직이는 것 마냥 바라본다. 늘 그래왔듯이.

     

    하지만 그게 좀처럼 쉽지만은 않다.

     

    오랜시간 그리 해왔더라도 그게 쉽다면 약을 먹고 진단명을 가질 수 있었을까.

     

    다만 티내지 않으려 온 힘을 다할 뿐.

     

    출근을 시작하는 것만으로 지쳐간다. 이걸 하루 종일 유지할 수 있을까.

     

    수 많은 자극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 버텨 낼 수 있을까.

     

    그래도 가능하겠지.

     

    늘 그래왔으니까.

     

    이보다 더 힘든 시절도 넘어왔으니까.

     

    헤드폰을 끼고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이전보다 대중교통 이용이 수월해졌지만, 헤드폰 없이는 힘들다.

    비 오는 날에는 더.

     

    세상과의 닩절이라기엔 고작 소리만 차단한거라지만, 그것만으로도 안정이 찾아든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예민하게 다가오는 소리의 자극을 막아준다. 불안하게 들어오는 주변의 시각적 자극을 차단해준다.

     

    좁은 공간에 갖혀 숨이 막혀오는 것은 어떻게 대처 할 수 없지만, 대중교통은 이렇게 나마 대처가 가능하다.

     

    단 점이랄까?

     

    아직 극복하지 못한 것이라면 내릴 곳이 헤깔린다는 것이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니까.

     

    지하철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내릴 곳을 알려주는 전광판이 크게 표시되어있으니 그걸 자주 보기만해도 되니까.

     

    미리 노선도를 살펴보아서 처음 가는 길이라도 내릴 곳을 놓치는 일은 흔치않다. 다만 가끔 반대로 타거나 몇 정거장을 지나치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그렇게 많은 집중도도 필요없고.

     

    하지만 버스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방송도 잘 안들리고 버스 정류장 보기도 쉽지않다. 긴장하지않으면 내릴 곳을 놓치기 일쑤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번 타면 진이 빠지기에 기피하게된다.

     

    거기에 장애인 교통카드가 버스에는 적용 안된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8월들어 후불형식으로 지원금이 5만원 한도로 들어온다고는 하지만, 지하철은 무제한이다.

     

    여전히 선뜻 버스를 타기는 쉽지 않다.

    정확히는 아직 모르겠다고 해야할까.

     

    경제적 상황이 좋은 편이 아니라 5만원을 선불로 충전하는 행위에 부담을 느낀다. 어차피 되돌려주는 돈임에도 처음내는 5만원이 아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궁핍함은 언제나 되어야 떠나 보낼 수 있을까.

     

    4호선에서 5호선을 갈아타고 걷기 시작한다.

     

    어느세 북상한 태풍에 가로수 길은 비로 흠뻑 젖어있다.

     

    붉은 레인 부츠의 겉면이 진하게 물들지만, 그 속은 건조하다.

     

    레인부츠가 자신의 기능을 충실하게 해내고 있다.

     

    다행히 비는 거세지지 않고 조금씩 내리지만, 그만큼 후덥기 그지없고 몸의 열기를 올린다.

     

    오늘은 몸이 무거운 날이다. 평상시 15분 정도 걸릴 거리를 30분이나 걸어나간다.

     

    근육통인지 몸살인지 모를 뻐근함이 전신을 내달린다.

     

    그런데 운동을 내가 했던가? 무리하게 무언갈 했었나? 그냥 잠자리를 뒤척였기때문일까?

     

    피로가 쌓여 더 그럴지도.

     

    파견지에 다다라 우산을 정리한다.

     

    에어컨방에는 먼저 온 동료들이 있다. 그곳에 나는 짐을 풀고 휴식을 취한다. 오늘의 일정을 소화하기위한 준비다.

     

    언제나와같이 오후 1시에 시작된 근무시간은 여섯시간이 지난 일곱시에나 끝날 것이다. 그것이 너무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머리가 멍하다.

     

    몸은 점차 더 무거워진다.

     

    두통이 일고 오한이 인다. 몸의 통증은 점차 더 가속되어져 간다.

     

    열이 오른걸까?

     

    화장실에서 혹여나하고 입안을 들여다 본다.

     

    편도가 붉다.

     

    이건 괜찮은 건지 잘 모르겠다. 목에선 이물감이 자꾸 든다.

     

    그래도 업무를 시작해야겠지. 불길함을 애써 억누르며, 나는 나의 통증을 무시한다. 이러다 괜찮을 거라고, 내가 나약한 거라고.

     

    의식이 좀 흔들리는 기분이 든다. 깜박이는 신호등처럼.

     

    뒤늦게 코로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버티는 것은 남에게 민폐일지도 모른다. 옳은 행동이 아닐지도 몰라.

     

    물을 준 다육이들의 잎을 털어내다 말고 파도손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한다. 조퇴를 해야할 몸 상태인 것 같다고.

     

    담당자는 흔쾌히 조퇴를 허가했다.

     

    일을 하는 것이 급여를 더 받을 수 있지만, 이건 내가 참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다.

     

    전염될 우려도 있고, 사고가 날 우려도 있다.

     

    일을 지속하지않으면 생계를 걱정해야하고, 잦은 조퇴와 결근은 그리 좋은 태도도 아니다. 아픈 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일에 지장을 끼친다면 직업을 유지 할 수 없다.

     

    그래서 짤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만, 그렇다고 남들에게 폐를 끼칠 수도 없다. 전염병이라면 더 더욱 빨리 병원에 가는 것이 맞는 일이다.

     

    동료들에게 옮길 수도 있으니까.

     

    열이 오르며 오한이 인다.

     

    역 근처의 병원 가는 것을 잊어버리고 평상시처럼 지하철을 탈만큼, 나는 멀쩡하지 않았다.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을 지나서야 그 사실을 깨달을 만큼, 나는 매우 좋지 않았다.

    이왕 탄 거 집 근처 병원에 가기 위해 자리를 지킨다.

    의식이 몽롱하다.

     

    몸이 붕뜬 것 같고 추위가 느껴진다. 아니, 더운 걸 까?

     

    식은땀인지, 더위에 의한 땀인지 모를 땀에 상의가 젖어 든다.

     

    몸은 점차 무겁고 말을 듣지 않는다. 머릿속은 어지럽고, 소리는 메아리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걷고 있는 걸까. 나는 지금 제대로 움직이는 걸까.

     

    집으로,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환승역에 어찌저찌 내리고 같은 곳을 빙글 빙글 돈다. 걷고 또 걷는다. 같은 계단을 오르고 다시 돌아 5호선으로 돌아오고, 두 번쯤 그런 행동을 반복하다 겨우 4호선에 오른다. 4시 무렵, 집 근처 역에 닿았다.

     

    내릴 역을 잘 못알아 그 전역에 내렸다가 다시 지하철ㅇ에 오르는 바보 짓도 있었지만, 어쨌든 잘 도착했다.

     

    이곳은 나의 동네고 곧 병원에서 나를 안 아프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안정된다. 이래저래 지친하루가 열과 함께 사라져 간다.

     

    내일은 괜찮을까.

     

    열과 함께 잠에 빠져든다.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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