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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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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사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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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물속에사는요정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5,841회   작성일Date 21-03-17 16:08

    본문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사태에 대하여

     

    파도손 활동가 백혜정

     

    병원에 입원해 본 정신장애 당사자라면 강박의 공포를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대부분의 병원에선 응급으로 입원한 정신질환 환자에게 치료라는 이름 하에 강박을 한 채 CR실에 가둬놓곤 한다. 나 또한 입원할 때마다 CR실에 갇혀 묶여있는 환자들을 보곤 했고 저 곳엔 들어가면 안된다는 공포로 의료진들의 말을 잘 듣는 환자로 지내려 노력하곤 했다. 나는 비록 CR실에 들어가 강박을 경험해 본적은 없지만 재발했을 당시 나보다 힘이 센 사람에게 온 몸을 결박당함으로써 잊을 수 없는 강한 수치심과 굴욕감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 그 때의 경험으로 아주 잠깐 결박을 당하는 것도 이렇게 잊을 수 없는 치욕의 상처로 남는데, 몇날 몇일을 강박당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 당사자에겐 얼마나 큰 상처로 남게 될지 정말 아득하기만 했다. 그렇게 강박을 당한채로 병실 침대에 묶여 있게 되면 대소변도 누운 채로 자신의 몸에 묻힐 수 밖에 없다. 안 그래도 사회에서 마음에 상처를 받고 발병하게 된 당사자가 그런 치욕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을 과연 치료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은 치료가 아닌 고문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말 안듣는 환자를 강압적인 방식으로 주체적인 태도를 잃게 만드는 고문 말이다. 정신장애인들의 자살률이 높은 것 또한 이러한 비인권적인 치료방식의 영향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라지지 않는 심각한 수치심과 굴욕감을 지닌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나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최근 응급 상태로 입원한 환자에게 강박을 실시하지 않고 대화를 통해 환자를 안정화시키는 치료방식을 선택한 병원이 생겨났다. 바로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이하 새경정)이다. 이 병원은 응급상황에서의 무강박비율이 무려 90%에나 달하는 위기개입방식으로 환자들에게 인권적 치료를 선사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새경정에서는 인권적 치료방식 중 하나인 오픈다이얼로그의 한국형 모델, 초기집중네트워크를 만들어 시행하기도 했다. 오픈 다이얼로그의 가장 큰 특징은 치료진이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주요한 주변인들과 함께 회의를 구성해 모든 치료 과정을 투명하고 협력적으로 의사소통하며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전통적 의료 모델에서는 정신질환의 원인이 뇌 기능의 이상에 있다고 믿기에 모든 치료과정이 치료진에게만 달려있지만, 오픈다이얼로그에서는 정신질환의 원인을 뇌의 이상으로 바라보지 않기에 모든 구성원들의 전체로서의 관계망을 통해 치료를 진행한다. 오픈 다이얼로그가 시작된 핀란드에서의 조사에 따르면 오픈 다이얼로그 치료를 받은 정신질환 당사자들은 전통적 치료를 받은 사람들보다 4배나 높은 비율로 학업이나 일자리로 복귀할 수 있었고 장애 수당을 받는 사람의 비율 또한 세 배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대니얼 피셔 저서 희망의 심장박동p287 참고)

    새경정에서는 이 외에도 회복그룹 상담, 가족상담, 절차보조서비스 등의 인권적 치료를 통해 타 병원에서의 중증정신질환자의 한달이내 재입원율인 37.9%보다 현저히 낮은 8%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런 놀라운 성과를 낸 병원의 치료방식을 타 병원에서도 교육하고 퍼뜨려야 함이 당연한 것이거늘, 현재 새경정은 일부 경기도 도의원의 주장으로 인권치료를 가능하게 했던 QR(Quality Rights)본부가 사라지고 인권적 치료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만약 우리나라 최초로 인권치료를 실시한 병원의 주 치료진들이 다 병원에서 쫓겨나게 된다면 그 어느 병원이 용기있게 인권적 치료를 선택해 시행할 수 있을까? 정신질환자 역시 국민임으로 도의원은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위해서도 일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도의원이 국민의 인권을 실현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온당치 않은 처사 아닐까?

    한 사람의 정신장애 당사자로서 우리나라의 정신의학계의 판도가 영원히 강압적, 비 인권적으로 남아버릴 수도 있는 이 중요한 순간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펜을 들었다. 이 사태를 일으킨 해당 도의원은 자신의 현명치 못한 처사를 반성하고 새경정의 인권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더 나아가 우리 나라의 모든 정신병원에서 인권치료를 실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함을 알고 도의원으로서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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