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범죄란 없다. 그것은 편협한 혐오의 간판일 뿐" _ 마인드포스트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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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활동가 박은정 씨 기고
정신질환자는 가해자보다 피해자 될 확률 더 높아
대중은 진실보다는 공포에 의지해 격리에 동조
사회적 소수자·약자인 정신질환자를 범죄자로 왜곡해
매체가 만들어낸 정신질환 부정적 이미지를 대중이 소비
누군가는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의 범인을 조현병 환자로 기억할 것이다. 또 누군가는 숭례문 방화사건, 안양 초등학생 살해, GP(감시초소) 총기난사 등의 범죄자들도 정신장애인일 것이라고 기억한다.
당시 언론에서 이들을 정신장애인으로 지목했기 때문인데, 결국 이들은 정신장애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의 여론은 또 어떤가. 안인득 방화살인사건을 위시한 사건들에 언론들은 앞다투어 '조현병 범죄'라는 타이틀을 걸고 기사를 내보냈다. 이에 우리는 입이 아플 정도로, 정신장애가 범죄와 연관이 없으며 오히려 정신장애인 범죄율이 낮다는 사실을 말하고 대응했다.
그러나 그러한 '진실'은 '진압'이 되지 못했고 정신장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심각해진 상태다.
어릴 때 아동학대 경험이 있으면 중증정신장애인이 될 확률이 높고 정신장애인은 범죄 가해자보다는 범죄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와 같은 사실이 사회적 소수자, 약자로서의 정신장애인의 처지를 잘 드러내준다.
그런데 대부분의 언론 매체들은 이런 부분을 다루지 않았다. 사회의 소수자, 약자인 정신장애인이 아니라 범죄자들인 것처럼 둔갑됐고 이에 대한 정정(訂正)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런데 현실의 정신장애인들은 어떠한가?
정신장애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강제입원 후 폐쇄병원에 갇힌다. 누군가는 지역사회에서 방치돼 고독사한다. 정신장애인의 자살률은 비정신장애인의 8배에 달하는데 국가는 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정상급 자살률에 대해, 이 정신장애인들의 죽음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정신장애인들을 부정적 이미지로 둔갑하고 있다.
언론매체에서 정신장애인은 미지와 두려움, 공포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이러한 공포는 폭력, 범죄,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근거 없는' 미신으로 꾸려진다. 그러한 속성들에 대해 어떤 의학적, 사회적 근거가 있느냐고 물으면 언론은 침묵할 뿐이다.
끊임없이 매체에 정신장애인들이 공포스럽게 연출되니 자연히 대중에게 부정적 이미지로 비춰지지 않겠나. 편견과 혐오는 언론을 타고 조장되고 선동돼 급기야는 더 심한 혐오와 편견, 차별을 낳았다.
이제 '조현병' 하면 범죄자 내지는 살인자가 되었다. 그렇게 혐오가 한층 심화돼 대중들에게 전파되고 학습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정신장애인 처한 사회·정치적 현실에 대해 침묵하고 가상에 근거한 혐오에 충실하다. 그리하여 조현병 혐오를 '가르치는' 사회에 이르렀다. 조현병 범죄란 없다. 그것은 비교적 최근에 구성된 편협한 혐오의 간판일 뿐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경찰은 최근 정신질환자 신고이력 정보를 수집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 나라는 조현병 혐오라는 '간판'을 치우기는커녕 내걸고 있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정신장애인의 권리를 짓밟는 방법일 뿐 아니라 이러한 국가적 혐오 조장이 국민들에게 혐오를 가르치고 있는 꼴은 아닌지 재고해봐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 앞 정신병원이 아이들 정신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만들어낸 이런 부조리한 '교육'이 더 문제는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러니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가르치는 사회라고 말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또 이러한 '혐오'에 다시 영향을 받는 정신장애인들의 고통을 누가 이해하겠는가.
어쩌면 정신질환에 대해 이해하려하지 않으며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회피하는 대중적 경향을 만들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이 같은 배제와 격리의 모순이 팽배한 우리 사회가 OECD 부동의 자살률 1위를 만들어버린 계제로 작동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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