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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 의 성 명 서
KBS는 「제보자들-조현병 쇼크, 그들은 왜 살인자가 되었나」 방영분의 영상을 삭제하고, 정신장애 혐오 조장 방송에 대하여 즉각 사과하라!
2019년 5월 23일 목요일, 공영방송 KBS의 「제보자들-조현병 쇼크, 그들은 왜 살인자가 되었나」 방송분이 전파를 탔다. 마치 정신장애인을 범죄의 온상, 범죄자의 가능성으로 치부하며, 시종일관 조현병을 '위험한 병'으로서 언급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조현병 환자를 범죄자 혹은 살인범으로 곡해하는, 철저히 '조현병 혐오 공식'에 입각한 내용이었다. 조현병에 대한 이해를 가지지 못한 일반 대중이 보았을 때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
제작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장애인의 범행'만을 조명한다. 당연하다는 듯 정신장애인의 비장애인에 의한 피해사례는 언급하지 않는다.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일반인구의 1/10도 되지 않으며 강력범죄에 있어서도 낮은 수준이다. 오히려 정신장애인은 피해자가 될 확률이 더 높다는 '팩트'가 여럿 전문가에 의해 언급되고는 한다. 그러나 위 영상에서는 그러한 '팩트'를 무시한 채, "정신장애인의 범행으로 인해, '사회 안전'을 위한 치료가 필요하다"라는 다소 기괴한 결론을 내리며, 강제입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우리가 지금 집중하고 가장 괄목해야 할 것은 제도적인 것, 즉 정신보건 시스템에 대해서이다. 조현병 환자 개인들이 '위험해 보인다.'는 점에 주목해서는 혐오와 낙인 재생산 밖에 더 되지 않는다. "개정법 이후 병원을 나온 환자들이 갈 곳이 없으며, 정신보건 센터에 등록하지 않는다."는 언급 역시도 같은 맥락이다. 이 이야기만 듣는다면 개정법 이후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발전하기 쉽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부분의 정신장애인들은 개정법 이후에도 여전히 정신병원에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방송에서는 개정법에 대해서 언급하며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또한 연일 발생하는 중증질환 범죄라는 말을 반복하며 조현병을 '살인자로 만드는 병'이라고 생각하게 한다.
'제보자들'은 정작 중요한 당사자의 의견을 철저히 배제하고 정신장애인을 타자화한다. 제작진은 우리 정신장애인을 이해할 수 없고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일련의 제작과정을 거쳤으리라 판단된다. 당사자의 목소리는 더욱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일말의 전문성이라곤 없는데도 피해를 입었던 주민이나 가족들의 이야기는 그대로 촬영된다. 이웃과 가족들의 불안과 공포는 고스란히 상영되었다. 정작 당사자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단 한 순간도 알아보지 않았고, 내비치지 않았다.
방송에서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다는 당사자는 '입원이 싫다'고 반복해서 외치고 있다. 왜 입원을 싫어하는가? 왜 치료 받기를 거부하는가? 지금 우리 사회 당사자들의 마음과 그러한 사태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방송 나레이션은 그가 '폭력을 휘둘렀다.'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장한다. 범죄의 동기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병'에 걸려서 그렇다고 단정한 뒤 말이다.
"치료 받지 않은 조현병 환자들은 사회 안전을 위협하며 치료를 거부하는 존재들이다."
"강제 입원 요건을 완화하여 격리치료하자."
위와 같은 논지가 이번 방송분의 핵심 주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제보자들>은 시종일관 입원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러나 응급입원제도나 행정입원제도가 제대로 운용되지 않는 것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룬 것도 아니었다. 또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병원을 기피하고 정신보건센터에 등록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있다면, 바로 '정신병원의 열악한 치료 환경'이다. 우리는 격리하고, 과도한 약물을 투여하고, 사지를 결박하고, 각종 규제를 덮어씌우는 병원을 그만두고, 치료 받고 싶은 병원을 만들자 주장한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강압적 치료와 강제입원으로 상처 받고, 병들어 간다. 이 순간에도 병원에 갇혀 있을 우리의 동료들은 자유를 갈망한다. 정신장애인도 사람으로 살아갈 수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그러나 제작진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당사자의 염원을 무참히 짓밟았다.
조금 거칠게 얘기해서, 병원과 제도의 문제를 외면한 것은 병원과 정부를 상대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정신장애인 당사자를 억제하는 일이란 얼마나 쉽고 만만한가. 제작진들은 사회적 약자를 향해 마음껏 '혐오'의 폭력을 휘두른 것이다.
우리는 살인자가 아니다. 우리는 예비범죄자로 취급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방송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를 범죄자, 살인자로 만드려는 KBS는 즉각 사과하고 영상을 삭제하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작진이 만든 편견으로부터 해방되고, 개혁된 병원에서 원하는 치료를 받는 것이다.
공영방송 KBS에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해당 방송의 다시보기를 삭제하도록 요구한다.
2019년 5월 26일
(사)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당사자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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