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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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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과 정신장애인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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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은정
    댓글 댓글 1건   조회Hit 19,853회   작성일Date 19-02-2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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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과 정신장애인 인권>


    예로부터 "여자는 남자와 다르다"는 말로서 성차별이 긍정되어 왔다. 일례로 여성들이 손재주가 좋으며, 남성들은 근력을 쓰는 일에 특화되어 있다는 성역할, 성별분업의 개념이다.  18세기에는 성차에 대한 고정관념 뿐 아니라 인종 차이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가 이루어졌다. 당시의 생물학적 결정론의 결과물이란 제국주의 사회의 강화와 독일 나치였다. 나치의 우생학은 당시 조현증과 우울증 등을 비롯한 정신장애인들을 안락사라는 명목 하에 집단살해를 자행하게끔 하였다.

    정초주의(foundationalism)라는 말이 있다. 정초주의의 출발점은 객관주의와 보편주의다. 정초란 중립적으로 우리의 행위, 속성을 판단해주는 '객관적인' 것이며, 그것들을 전부 아우르는 '중립적인' 것이다.

    학살 수용소에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지표란 바로 정신장애인이 열등한 존재라는 가설이었다. 그 지표를 만든 것은 제국주의였다. 여성을 차별하는 사회는 또 어떤가. 여성이 열등하고 남성과 "다른" 존재라는 가설은 언제나 남성 사회에 의해 결정되고 차별로서 자행된다. 그들이 말하는 "다름"이란 다양성이 아닌 차별을 주제로 한다. 그리하여, 정초는 언제나 강자 혹은 기득권자의 권력으로 오용될 수 있다.

    강남역 사건 이래 조현병 환자의 살인사건들로 세간이 떠들썩했다. 조현병 환자에게 감형 따위는 주지 말아야 하며, 이들을 격리시키고 감호해야 한다는 혐오의 목소리가 높아지던 때였다. 조현병 살인자는 언론을 타지만, 조현병 환자들이 폐쇄병동에 끌려가거나 죽임 당하면 기사 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조현병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두려움과 공포'로 남았다. 정신장애 인권은 한 사회의 인권의 바로미터 기능을 수행한다. '두려움과 공포'는 딱 현재의 한국 인권 문제의 현주소다.

    그러나 동시에 긍정적인 사회적 움직임도 있었는데, 바로 최근 한국의 페미니즘의 물결이다.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던 여성들의 '미러링' 목소리가 그렇고, '미투' 운동도 그랬다. 새로운 세대의 페미니즘이 불어온다고들 한다. 여성들의 여성폭력 피해와 의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사회적 경각심이 일어나도록 하던 요 수 년이었다.

    정신장애 인권은 또 어떤가? 페미니즘이 "김치녀"라고 말하는 남성들을 향해 "한남충"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왜 정신장애인 당사자는 개인의 노력만을, 심지어는 사회적 격리를 요구하는 비당사자들에게 "노력충" "격리충"이라고 맞설 수 없는 것일까?

    페미니즘은 인종차별주의, 이성애중심주의, 장애인 차별 등 다양한 의제에 대해 반대의 의견을 피력할 때 비로소 그 설득력을 강하게 얻는다. 한 종류의 차별주의에 반대하면서 다른 종류의 차별주의에는 입을 다무는 것이 올바르지 않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결국 차별주의라 함이 권위자가 결정한 "정초"라는 미신에 저항한다는 한 가지 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론을 상호교차성 페미니즘(intersectional feminism)이라고 한다.

    여성 정신장애인의 예시를 들어보자.

    여기 한 사람의 정신장애를 지닌 여성이 있다. 그가 여성이라는 사실과 정신장애인이라는 사실은 복합적으로 그의 사회적 계급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이 사람을 사회적 인격체로 대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다른 "교차된" 사람들을 사람으로 존중하기 위해서는, 모든 종류의 차별주의에 반대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페미니즘에 근거하여 여성의 차별을 반대하듯, 정신장애인의 차별에도 함께 목소리를 내어야 그것이 '모든 종류의 차별주의에 반대하는' 일이 될 것이다.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높이는 일은 결코 여성인권과 무관하지 않으며, 각기의 권리를 되찾는 것이란 결국 모든 사람이 사람의 자리를 찾도록 할 것이다. 우리의 인권은 각계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외따로 세력을 기르는 롤플레잉이 아니다. 지금 우리의 단계는 협업과 연대이다. 나는 여성 정신장애인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꿈꾼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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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ar님의 댓글

    Star 작성일 Date

    친선 의미에서 약간 이의 달아 볼게요...

    저는 분명히 미국 시민권을 부모에 의해 얻은, 보통의 '한인 이주민' 입니다. 그와 동시에 여성이기도 하고, 이제 막 삼십대층에 든 사람이기도 해요.
    그런데 Food Stamp 나 Job Insecurity 같은 문제를 겪었으며, 막노동이든 뭐였든 직업을 갖고 일을 하지 않으면 statistic이 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기도 합니다.

    근데 평상시에 제가 아는 저라는 사람은 엄청 단순해요. '플로리다의 여자아이들은 예쁘게 생겼다' 는 식의 생각밖에 못 하거나, 늘상 자기가 노처녀라는 불평만 하면서 부모에게 얻은 낡은 차를 몰며 알바 뛰고 종교 수행할 집념에만 꽉 차 있기도 합니다.
    ..과거의 기억으로 치면 분명 어두운 구석이 섞여 있긴 하지만, 결국 제가 있던 (미국 내) 커뮤니티의 영향으로 인해 여차저차 스스로 알아서 회복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런 사람한테 그냥 페미니즘도 아니고 intersectional feminism을 갑자기 면전에 대고 똑같은 식으로 설교한다 생각해 보세요. 엄청 부담스러워 할걸요?


    ....저는 법륜스님 강의 듣고 힘들다 느낄 때부터, 또 기술계통 사람들 사고관 영향도 다분히 있는 바람에 그냥 뭐든지 잘 안 되면 간단간단하게 처리해 버리기로 했어요. 시간이란 게 저희들 같은 느림보들을 기다려 주는 존재가 절대 아니거든요....
    좀 얄밉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저도 이 말 할때까지 돈 때문에, 직업 그리고 가족 문제 때문에 엄청 속으로 앓다가 고생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