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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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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파견일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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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헤타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037회   작성일Date 23-07-2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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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파견일지

    - 2. 병원으로 파견된 2주.



    파견을 가는 곳은 한 정신병원이었다. 같은 서울의 권역에 있지만, 변두리라는 인상은 지워지지 않는다. 거기에 서울이라고는 생각 못 할 만큼 도로가 한산한 편.

     

    5년쯤 되었을까. 한동안 입원했던 병원을 일하러 찾아간다는 사실은 무언가 신기롭고 이상한 기분이 들게 한다.

    절차보조가 시험적으로 운영될 때 파도손의 지인들이 나와서 동료상담을 진행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때의 나는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고, 그때의 나는 감정을 다스릴 수도 없었다.

    그런데도 몸은 움직이기 싫어했고, 숨 쉬는 것도 귀찮았으며, 말하는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뒤죽박죽 엉망이 되었던 시절을 지나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퍽 재미나게도 다가온다.

     

    그때의 나는 더이상 삶의 의욕이 없었고, 더이상 좋은 일 따위는 생기지 않을 거라며 냉소적으로 나의 미래와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을 이어가기 위해 일로서 병원에 들어섰다. 나는 돈이 필요했고, 나는 홀로서야만했으며,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병원에 들어섰고, 우리의 일을 배정받았다.

     

    조금 의아스럽게도 그 일이라는 것은 카페일이었다. 당사자들의 자활프로그램을 보조하는 역할.

     

    그들이 허락한 위치는 그 카페뿐이었고, 음료를 만드는 것도, 계산도 매니저라 불리는 당사자들이 주로 하게 하라고 말했다.

     

    우리가 할 일은 그렇게 있다가 어려워하는 순간이 오면 도와주는 것과 그들이 없는 시간을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것뿐.

     

    어떤 것을 찾아서 하기에는 카페는 별다를게 없었고, 매니저들은 우리없이도 모든 것이 능숙했다. 그래서 난 무엇을 하러온 것인지 헤깔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목소리를 높여 다른 당사자들을 자극할뻔했고, 조용히 말한다고 했으나 주의도 들어야만 했다. 상황을 파악하는 게 어려워서이었을까. 아니면 목소리를 낮추는 것이 어려워서 였을까.

     

    나는 모든 매니저와 대학교에서 실습나온 분들, 같이 나간 동료와 이야기를 많이했다. 농담도하고 장난도 쳤다. 최대한 사람들 눈에 띄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한다고했던 것들이 그렇지만도 않았나보다.

     

    일자리는 무언가 의욕을 앗아갔고, 사회복지사들과의 거리감은 뚜렷했으며, 우리를 당사자도 비당사자도 아닌 중간의 그 무엇으로 취급당하는 것이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일부러 그러지 않는 것은 안다. 피곤해서 저도모르게 짜증이 나오는 걸 숨기느라 내게 좋은 인상을 남가지 않았을 수도 있고, 나름대로 잘대한다고 하지만 지속된 경험으로 나오는 환자를 대하는 말투를 사용한 것일수도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아무런 의식 없이.

    그래도 우리를 받아들이는 몇 안 되는 병원이기에 꽤나 노력하고, 당사자에 적합한 환경을 주려고 노력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사회복지사 실습생들은 우릴 그냥 사람으로 보았고, 대우했다. 처음으로 접하는 정신쪽 일에 혼란한 와중이기에 더 많은 경험으로 나오는 편향적인 습관은 나오지 않는 듯했고, 무엇보다 한 실습생은 당사자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즐겁다고 말했다.

     

    그 즐거움과 살가움이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는 모든 시간에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그런 사회복지사는 점점 더 늘어가야만 하니까.

     

    이것저것하다보니 시간은 자꾸만 흘러간다. 함께나간 동료분의 긴장도 점점사라지고, 일처리 능력도 좋아졌다. 자신에 대한 불신도 많이 사라진 것을 느낀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그분이 나보다 훨씬 더 나은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난 여전히 어리석고 답답한, 바보같고 호구같은 사람이 아닐까.

     

    말은 저 잘난듯하지만, 결국에는 민폐를 끼치고 있지는 않을까. 부정적인 생각이 피어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실습생들의 미래는 어떠할까 생각하다, 딱딱하고 기분 나쁜 사회복자사들이 떠올랐다. 그들이 그렇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지만, 동시에 그럴 사람들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한없이 투명하고 순수한.

    꽤나 선량한 아이들이니까.

     

    어떤 실습생은 사회복지사의 길을 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반은 억지로 실습을 진행한다고 말했고, 또 어떤 실습생은 정신 장애쪽은 자신의 성향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말했지만 나름 어울린다고도 생각했다.

     

    덩치와 순수하고 착한 친구니까.

     

    마지막으로 한 친구들은 당사자와 함께있고 대화하는 것이 즐겁지만, 이길이 맞는 지 잘모르겠다고 말했다. 너무 힘들다고.

     

    나는 그에 어떤 일이든 힘들 수 있고, 어떤 일이든 적성이 맞지 않는 것은 분명히 있지만, 이런 당사자가 많은 환경을 좋아한다면 그길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더구나 아직 실습 기간이 남았고 어리기에 선택을 천천히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전해줬다. 어쩌면 상투적인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뭐 틀린 말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선택은 자기몫이고 이 곳에 오지않아도 어떤 걸 해내도 잘할 것이기에, 그쯤에서 그 이야기는 종료를 택했다.

     

    꽤 싹싹한 친구다.

     

    실습생들은 하나하나 친해져 갔다. 그 대부분을 이끈 것은 나의 수다였고, 개그 같은 것들이었다. 망가지는 것을 피하지 않고 웃기려 노력하는 것이 재미있어 보였을 거다. 물론 늘상 그러지만은 않았다.

     

    나름 상황을 보고는 있지만, 이따금 관찰하듯 바라보는 사회복지사 분들은 나를 예민하고 짜증이 올라오게 만드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첫 근무에 완벽을 기대는 것도 불안하니 직접 살펴보러 오신 건 당연하실지도 모른다고 자신을 설득하고는 한다.

     

    여러모로 진기한 경험들이 누적되어간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연이어 닥쳐오고, 나만 그런 것을 느끼는 지, 내가 예민한건지 생각하게된다. 같이 파견된 동료는 잘 모르는 것 같으니까.

     

    복잡한 마음으로 하루가 지나고 벌써 이주가 지나간다. 파도손에서 이제 자조모임을 진행하는 날이다.

     

    무엇을 할까.

     

    작년과는 다를려나?

    뭔가 기대되면서도 크게 또 기대되지만은 않는다.

     

    하지만 자조모임은 그날이 아니었다.

     

    우린 오픈다이얼로그를 하루죙일하고 있었다. 약간의 피곤함이 있었지만 꽤나 유익하다. 다만 나는 써먹을 수 있는 날이 올지를 모르겠다. 돈주고 배우는 것도 아니니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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