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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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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사자주의

    비판정신의학 논쟁 그리고 임상적용 1,2장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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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물속에사는요정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6,068회   작성일Date 21-01-29 10:21

    본문

    p52

    정신분석의 역자주에서 분석가는 대화를 통하여 내담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러한 이해를 내담자에게 되돌려 줌으로써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라는 구절을 읽고 우리가 비록 전문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도 상담을 진행하면서 당사자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면서 당사자 분들이 자신의 문제를 알아차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6년간 정신분석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 확실히 우리가 하는 상담과는 다르긴 했지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 있어선 다를 바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회정신의학 역자주에서 사회정신의학은 정신질환과 정신건강의 대인관계적 및 문화적 맥락에 초점을 둔 정신의학의 한 분야이다. 사회 정신의학은 유전, 뇌 신경화학 및 약물에 초점을 둔 생물 정신의학과 대비된다. 사회 정신의학은 전반적으로 생물 정신의학에 비해서 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생물 정신의학의 한계가 부각되는 요즈음 다시금 사회 정신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라는 부분을 읽고 현재 내가 따로 읽고 있는 이야기치료 라는 책 내용이 떠올랐다. 동료상담가 양성사업 교육기간에 이야기치료를 기반으로 한 집단상담 같은 교육을 받았었는데, 요즘 다시 이야기치료 책을 읽으며 당시 받았던 이야기치료 교육이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지 새삼 느끼고 있다. 이야기치료 또한 사회정신의학과 비슷하게 당사자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문제가 일어난 맥락에 초점을 둔다. 아직 이야기치료에 대해 많이 알진 못하지만, 내가 받았던 정신의학과 달리,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가정하고 상담을 진행하지 않고 내가 속한 사회 및 문화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집중한다. 그런 점이 당사자에게 있어 정신분석 상담 등 다른 여타의 상담보다 불쾌감을 덜 일으키는 것 같다. 사회정신의학도 그런 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p55

    하지만 DSM-III의 출간 이후, DSM-III와 이후의 후속판에 실린 진단 분류는 수많은 정신과의사들과 대중들의 내면에 구체화되었다. ...중략... “그 사람의 증상과 경과는 현재 조현병의 정의와 일치한다라는 말보다 그 사람에게는 조현병이 있다또는 그는 조현병 환자다라는 표현을 더 많이 듣는다.’ 나는 이 구절을 읽고 나를 비롯한 대중들의 시각을 다시 보게 되었다. 당사자인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현병의 증상이 있는 사람을 가리켜 조현병 환자라고 부르지 조현병 증상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즉 조현병 증상이 있는 사람은 그 사람 전체가 조현병 환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낙인받은 당사자는 나는 조현병 환자야 라고 인식하며 다른 가능성 모두를 차단당한다. 나를 포함한 당사자들에게서 조현병 만을 보는 인식이 당사자의 미래를 빼앗아 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겐 조현병 말고도 좋은 특징도 부족한 특징도 있다. 조현병을 제외하면 일반인과 비슷한 특징들이 보일텐데 그런 시각을 가지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 참 안타까웠다.

     

    p57

    신체질환에는 특징적으로 질병의 소견 혹은 객관적인 징후가 있다. 반면에, 정신질환은 사회 기준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기반으로 정의된다.’ 이 부분을 읽고 비록 정말 위험한 행동을 하는 정신질환자가 있기는 하나, 정신질환을 진단할 때의 기준은 객관적인 징후가 아닌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행동이 기준이 된다는 것이 명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실제로 위험한 상황을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다름을 가지고 병을 진단한다는 것이 참 씁쓸하게 다가왔다.

     

    2장을 앞부분을 읽으며

    DSM-III DSM-IV까지 집필한 전문가들 마저도 DSM-5를 반대하는데, 우리나라의 사정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신뢰할만하지 못한 DSM-5에 나와있는 진단을 그대로 사용하여 진단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느꼈다. 또한 DSM이 다른 방식으로 질환의 정의를 내렸다면, 나를 포함한 많은 당사자들의 낙인 또한 존재하지 않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앞서 ‘DSM-III의 출간 이후, DSM에 실린 진단 분류는 수많은 정신과의사들과 대중들의 내면에 구체화되고 대중들은 조현병 증상을 가진 사람을 조현병 그 자체로 보게 되었다는 내용이 떠올랐고 낙인과 편견이 팽배한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정말 책에 나온 표현 그대로 급진적인 개혁이 매우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대표님이 저렇게 노력하시는데 언젠가는 바뀌겠지, 언젠간 나도 참여해야겠다,’ 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정말 개혁이 일어나려면 좀 더 적극적인 액션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액션을 할 수 있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85

    '주요우울장애와 같은 진단을 뇌의 병으로 빈번하게 설명하게 될 때, 우리는 이러한 정신질환들이 심리·사회적 요인들과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 시사하는 상당한 증거를 무시하게 될 위험이 있다.‘ 이 부분을 읽고 실제로 내가 아는 당사자들의 발병 과정을 살펴보면, 그냥 생물학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발병했다기 보다 각자의 발병스토리가 있었다. 그저 증상만 관찰하고 약을 먹고 끝나는 치료보다, 각 개인이 얻은 심리적 상처들을 세세하게 살피고 어루어 만져 주는 것 또한 치료로서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의사가 할 수 없다면 동료상담가가 그 역할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p91

    다섯 야구 심판 비유 표를 읽고 나는 과연 어디에 속하는지를 생각해보았다. 나는 정신질환은 특정한 질환이 아니라 자연 속에 존재하는 그저 여러 성격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자타해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약으로써 조절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입장이었다. , 4번 심판 실용주의자 입장이었다. 책에 나온 표현을 옮겨보면 정신질환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므로 우리는 최선의 그리고 최소한의 위해를 목적으로 진단을 사용한다.’ 그러나 책을 더 읽다보니 이 관점에 어떤 사람이 서느냐에 따라 이 관점이 유용할 수도 아니면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당사자의 입장에 있는 동료상담가가 이 입장을 취한다면 의사의 최소한의 개입을 주장할 수도 있지만, 당사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그저 병을 치료해야한다는 사고만을 가진 의사가 이 관점을 취한다면 명확한 기준이 없기에 의사마다 다르게 과잉진료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98

    '의료화의 과정은 범죄화와 마찬가지로 사회 통제의 한 형태이며, 인구 내에서 정상성의 기준을 강요하는 역할을 한다' 라는 말이 참 와닿았다. 조현병을 가지게 되고 내 생각이 변화해가는 과정에서, 초반에는 왜 나에게 병이 있다고 하지? 난 그저 조금 더 기분 변화가 클 뿐이고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인데, 정상이란 게 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당시 연락하던 병원에서 만난 동생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병식이 생기면서 나 또한 나의 어떤 부분은 병적인 것, 어떤 부분은 정상적인 것 이라고 구분하기 시작했지만 파도손에서 만나는 많은 당사자들을 보며 소위 정상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우리를 대하는 게 힘들 뿐이지 굳이 증상이라고 불리는 부분들을 제거하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할까? 그들이 우리를 대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하게 되었다.

    p100

    이러한 진단이 인간 경험의 정상적 변이를 병리화하고 진단을 붙여 사회적 차별로 인해 고통을 경험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여태껏 조현병 환자를 낙인 찍고 차별하는 행태가 언론의 잘못된 보도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선 것이 있었다. 조현병 증상을 가진 사람을 조현병이라고 진단 내리는 것 자체가 조현병을 만들어 내고 차별을 조장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살인이라는 죄를 지은 안인득이 떠올랐다. DSM과 같은 진단이 잘못된 것이라면 안인득 같은 사람은 어떡하면 될까? 마냥 조현병 증상이 자연의 일부라고 여기고 방치하는 것은 위험한 경우를 가져오기도 한다. 내 생각엔 조현병 증상을 치료하는 것에 앞서 조현병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불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그들이 사회 안에서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잘 알지 못해서 사회 내에 받아들여지는 경험 또한 효과적이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만약 발병 당시 너 이상해, 라며 따돌림을 받지 않고 보살핌을 받았다면 이후의 내 삶이 집 안에만 머무르게 되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발병 당시 나는 나를 받아주는 한 친구와 함께 있을 때 불안함을 느끼지 않았다. 비록 그 친구도 결국엔 내게 너 이상해 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더불어 난 어릴 적 조현병 아빠를 이상하게 느낀 적이 없었고 대학생이 돼서 아빠의 병명을 듣게 되기 전까진 아빠와의 추억 속에서 난 나의 아빠가 조현병 환자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런 점을 봤을 때, 사회적 인식에 물들기 전부터, 이를테면 초등학교에서부터 조현병 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우고 이 사회가 조현병 증상을 잘 어루어 만져 줄 수 있게 된다면 안인득과 같이 고립되어 위험한 인물이 되는 과정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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