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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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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를 떨어도 대학에 다니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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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은정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9,869회   작성일Date 19-02-24 07:28

    본문

    <다리를 떨어도 대학에 다니고 싶어요>



    대학 강의실에서 다리를 떤 적이 있다. 무척 좁게 붙어있는 대강의동 강의실이었는데, 거기서 다리를 떨고 있으니 옆좌석 사람은 퍽 불편했을 것이다.

    나는 조금 후에 옆 좌석 학생에게 메모지로 '다리 좀 떨지 말아주세요' 라며 주의를 받았고, 곧 강의실을 나왔다. 견딜 수 없었다. 사람이 밀집되어 있는 강의실과 좁은 좌석은 불안하고 나를 힘들게 했다. 다리를 떨지 않으면 강의를 들을 수 없다, 라는 것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불안해서 제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기에 다리를 떨고 있습니다, 저는 정신장애인입니다, 라는 것을, 학생 중 누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도망친 것이다.

    나는 열일곱에 정신질환으로 학교를 자퇴하고 주로 집안에만 있었다. 지독히도 외로운 나날이었다. 그러나 나는 험난한 3년의 자퇴 히키코모리 생활을 벗어나 이윽고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대학생이 되고 나니 좋았다. 세상이 다 내것 같았고 세상의 지식이 다 나에게로 올 것만 같았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내가 정신장애인이라는 점이었다. 나는 깊게 자각하지 못했지만, 내게는 정신장애가 있었고 의료진은 나를 정신장애인이라고 불렀다.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강의 자체에도 나가지 못하는 일들이 빈번해졌다.

    학기 도중 입원을 하기도 했다. 그 무엇도 나의 잘못이 아니었고 나는 학구열이 있는 평범한 학생이었으나 나는 얼결에 낙제생으로 추락했다.

    학사경고를 받지 않으리라, 다짐한 새 학기에도 나는 다시금 몸을 가누지 못하도록 우울하거나 집 앞 편의점에 가려고 자해를 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끝내는 낙제점을 받았다.

    무엇이 문제일까. 분명 학교에도 나오지 않고 펜을 드는 일도 버거운 사람에게 좋은 학점을 주는 대학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공부를 잘하고 성실한 학생이 좋은 학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신장애인 학생이 공부를 하고 싶지만 생각만큼 잘 하지 못하는 것이 그의 잘못은 아니다. 혹시 정신장애를 가진 학생도 포함하는 면학 분위기를 조성할 수는 없는 것일까? 무언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이렇게 말하면 아버지는 "그냥 네가 열심히 공부를 하면 되잖아."라고 말씀하실 것이다. 네, 그럼요. 나는 답할 것이다. 그렇게 나는 점점 내 병증에 대해 홀로 더 골머리를 앓으면서 자기만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분명 나를 아프게 하고 괴롭게 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로 인해 걸린 병으로 공부를 하지 못해도 나를 기다리는 것은 F학점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고스란히 남은 것은 그 학점 뿐이었다.

    대학이 우리에게 무슨 편의를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할까? 그러나 편의를 제공 받을 '자격'이 있는지는 또 어떻게 심사할 것인가? 무엇이 장애이고 누가 장애인인가? 한술 더 떠서, 여기 장애인 앞에 '정신'이 들어가면 진정성의 결격 사유가 된다.

    학교를 다니면서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짚고 통학하는 학생을 한 차례도 본 적이 없다. 학생들은 아마 정신장애인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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