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로그인 회원가입
  • 커뮤니티
  • 당사자주의
  • 커뮤니티

    당사자주의

    On Our Own 소감문 (3)-백00 동료상담가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파도손관리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7,458회   작성일Date 20-09-29 11:35

    본문

    1. 진화했다고 보여지만 여전히 그대로인 한국의 정신건강서비스
    2. 내가 경험한 정신건강 서비스의 한계
    3. 대안 서비스 중 분리주의 모델
    4. 서울대 낮병원에서 느낀 섬김의 자세
    5. 정신병이 병일까? 그저 인생의 소용돌이 같은 경험 뒤에 으레 따라오는 하나의 상황이 아닐까?
    6. 내가 찾아온 변화와 새롭게 생긴 사명감

    1.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과거에 비해 여러 정신보건복지센터가 생겼는데도 이정하 대표님이 정신장애인의 인권만 후퇴하고 있다고 하신 게 의아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진화했다고 일컬어지는 새롭게 생긴 센터들도 직원-회원의 위계질서가 존재하고 그것이 정신장애인을 감금하는 원래의 정신병원들과 다름 없는 억압의 다른 모습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2. 저 또한 이러한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센터를 이용하면서 알게 모르게 나의 자기결정능력이 떨어진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몸 담았던 두드림마음건강센터에 처음 갔을 때 저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였지만 저를 담당하시는 사회복지사님은 어떻게든 저를 활동적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셨습니다. 머리를 이쁘게 묶는 법을 알려주셔서 따라하게 하셨는데 저는 그 때 또다시 제 자신을 한번 더 포기해야 했습니다. 두드림에는 당사자가 진행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는 행복특강이라는 프로그램시간이 있는데 그조차도 회원이 준비한 것을 사회복지사에게 검사를 맡은 뒤에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드림의 사회복지사님들은 모두 회원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시지만 알게모르게 당사자는 도움을 받아야 하고 신경이 쓰여져야 하는 존재로 남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3. 책에서 나온 대안 서비스의 모델 중 분리주의 모델에서 경탄이 나올만큼 만족스러움을 느꼈습니다. 분리주의모델에 해당하는 커뮤니티들의 공통점은 당사자가 원할 때 들어가고 원할 때 나올 수 있으며, 당사자와 당사자가 서로 도움을 주고 사소하거나 중대하거나 모든 사안을 당사자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정신병원이나 중간집처럼 원할 때 나올 수 없는 것만 해결되도 숨통이 트이는데 당사자가 중심이 되어 모든 일을 당사자들이 직접 결정한다는 것에서 전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벤쿠버 정서 응급센터의 비명실에서 자신을 누르고 있던 무력감을 깨고 나오는 장면을 읽을 땐 너무나도 부러웠습니다. 나도 저런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습니다.

     

    4. 저는 서울대 낮병원에서 큰 편안함을 느꼈었는데 이 책을 읽고 그 이유를 명확히 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대 낮병원의 간호사분들은 간호사와 환자간의 구분을 짓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사는 부족했지만 적어도 간호사들은 당사자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고 그저 직장동료처럼 같이 밥먹고 수다떠는 그런 과정에서 제 자신을 부족한 사람으로 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섬김을 받는 느낌을 느꼈습니다.


    5. 병식이 생겼다라는 말은 그저 정신의학 시스템 속에서 나를 포기했다는 말일 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신병이 정말 병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구라도 나와 같은, 그리고 다른 당사자와 같은 상황에 처해진다면, 그 어느 누구라도 우리와 다를 수 있을까, 우리와 같은 상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신병은 병이 아니라 무지막지한 상황에 이어진 하나의 또다른 상황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6. 이 책을 읽고 난 뒤 제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증상 뒤에 숨어있을 그 사람의 스토리가 얼마나 무지막지 할지,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제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무시하고 외면할 수 밖에 없었던 저의 스토리를 다시 꺼내면서 그것이 얼마나 아픈 경험이었고 여전히 얼마나 아픈지 온전히 느끼며 울었고, 저의 스토리가 제게 중요한 만큼 제가 만나게 될 많은 동료분들이 얼마나 절절한 스토리를 가지고 계실지 알고 싶고 같이 아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게 생긴 사명이 있다면, 한국의 당사자들도 분리주의 모델의 대안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훗날 저의 딸도 당사자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적어도 그 아이는 당사자가 된 것이 상처로 남지 않도록, 삶의 풍부한 경험이 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갈 길이 멀겠지만 연대하여 나아간다면 이루지 못할 꿈도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정하 대표님과 선배 동료지원가 분들게 제가 더 나아가야할 인식제고의 과정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저의 발표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