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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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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사자주의

    환자는 당사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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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은정
    댓글 댓글 5건   조회Hit 40,293회   작성일Date 19-07-15 11:13

    본문

    <환자는 당사자가 아니다>

     

     

    정신장애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관련인들이 헛소리를 한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때묻지 않은' 일반 대중은 덜하다. 정신장애인의 가족과, 정신건강 업계 종사자들, 그리고 정신장애인 당사자까지. 이들이 정작 가장 심한 편견, 자기 세계에 갇힌 채로 바깥으로 나오지 못한다. '바깥'은 지금 당장은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결국은 우리를 치유로 이끌 수 있는 진실의 세계다. 당연히 우리는 이 진실로 나아가야 할 것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정확히 직시하여, 계급의식을 갖추어야 한다.


    정신장애인이 계급의식을 갖추지 못하면, 결국 그의 모든 사고와 판단은 지배계급의 논리와 이익에 헌신하게 된다. 21세기 한국에는 노예제가 없다. 봉건사회의 신분계급도 없고, 그 어떤 기업인이라도 노동자를 직접적으로 착취하겠다고 선언했다가는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정신장애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 누구도 대놓고 정신장애인은 시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정신장애인을 열등 시민 취급하는 진실은 은폐되고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라는 공허한 헌법 조항만 남는다. 어떤 정신장애인들은 자신들이 차별 받고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 그리하여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모든 차별 대우를 '공정한 것'이라며 합리화하게 된다. 그렇게 가해자들의 논리를 답습한 정신장애인은, 정신장애인을 억압하는 구조의 전방에 서게 된다.


    이들을 '당사자'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환자는 당사자가 아니다. 모든 정신장애인이 당사자성을 지니지는 않는다. 당사자성은 자신의 현실을 직면해 명확히 판단하고,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 계급의식을 지녔을 때 함께 획득한다. 많은 의사들이 흔히 '병식 없음'이라는 마법의 구절로, 모든 환자들의 행동을 정신병으로 취급하여 통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환자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병식이 아니다. 환자들에게 없는 것은 사회인식이다. 나는 의사의 논리를 복제하는 환자, 편견에 맞서긴커녕 자신만큼은 살인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환자, 착한 환자들도 있다고 주장하는 환자를 원하지 않는다. 이들은 현실에 안주하는 편익 외에는 그 어떤 해방의 깨달음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당사자성과 멀어진 데는 다 까닭이 있을 것이다. 부작용에 대해서는 일절 설명하지 않으면서 1분 이내의 관찰로 약물만 지어주는 권위적 의사들, 폐쇄병동에서 고객들을 깔보고 때로 격리실에 가둬놓는 간호사들, 정신장애인 학대를 다루지 않는 언론, 그리고 무엇보다 고립된 자기를 설명할 언어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 그들의 처지에 있을 것이다. 이들은 의료권력과 사회적 냉대 앞에 수많은 경험을 겪어, 결국 무기력을 학습했고 특별한 계기가 없는 이상 이 학습된 무기력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무기력을 탈피할 수 있는 언어를 학습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언어를 만들고 퍼뜨려야 한다. 환자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전파하고, 우리가 의료 산업과 사회적 차별로 인해 빼앗긴 것이 무엇인지 눈앞에 들이대야 한다. 그래야 함께 분노하고 함께 생각할 수 있다. 지금 이들에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세계를 회피하지 않고 올바르게 사유하는 과정이다. 그러기에 당사자성을 교육하고 새로운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치료가 치유가 아니다. 우리의 자아는 사유하는 과정 속에서 평등에 숙달되며, 치유로 나아갈 것이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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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석님의 댓글

    기석 작성일 Date

    저도 한달에 한번가는 병원에서 아무리 제가 약 때문에 불편한 사항에 대해서 설명하고 이해시키려해도 대충 약만 처방해주는 주치의 때문에 절망하고 약물치료에 불신감만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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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근님의 댓글

    완근 작성일 Date

    퍼가요. 캄사합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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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시님의 댓글

    은시 작성일 Date

    정신장애인 시설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입니다. 직원 교육시간에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서 자료를 찾고 있습니다. 교육 자료로 잘 활용하겠습니다.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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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3il3r님의 댓글

    g3il3r 작성일 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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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khi님의 댓글

    sikhi 작성일 D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