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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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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사자주의

    정신보건법, 사회를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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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헤타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5,847회   작성일Date 19-07-0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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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는 정식 학문으로 인정받은 기간이 채 백년도 되지 않습니다. 1980년  DSM-3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의학의 한분야로 인정받지 못했고, 체계적인 치료체계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이 수용소 이상의 가치를 가진 정신병원은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었죠.

     

     또한 그 이전의 고대 그리스와 중세 유럽은 정신병환자에 대해 적대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고, 악마에 홀린 것이라고 취급하며 치료는 불가능하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동시대의 아랍권은 인도적으로 치료하려했고, 동아시아, 특히 한국에서의 경우는 이야기가 조금 달랐습니다.

     

     마을마다 동네바보, 광년이등으로 불린 그들은, 가둬두지않았고, 무서워하지 않았으며 경멸하지 않았습니다. 자유롭게 거닐 자유가 있었고, 자유롭게 행해도 해꼬지 당하지 않았습니다.

     

     마을사람들은 그들에게 관심을 주었고, 따뜻하게 챙겨주웠습니다. 물론 그들을 대상으로한 아이들의 괴롭힘이나 범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처럼 예비범죄자로 바라보는 시선은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언제나 마음이 아픈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죠.

     

     하지만 그때의 대한민국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되어버렸습니다.

     

     1995년 12월 30일 세상모르게 정신보건법은 순식간에 통과되었습니다. 날치기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법의 제정은 일사천리였고,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관심 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제지 없이 1996년의 마지막 날, 12월 31일에 법은 시행되었습니다.

     

     많은 정신질환자들이 수용되기 시작했고, 동네마다 한명씩은 있었던 당사자들은 더 이상 사람들의 눈에 비추지 않게되었습니다. 다른 세상의 사람이라고 여기며 기억에서 흐릿해져가는 그들은, 이따끔 당사자를 모르는 세대앞에 불연듯 나타나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정신보건법이 통과되고 사회는 당사자에 대한 시선을 일그러뜨리기 시작했습니다. 보이지 않고, 느낄 수 없으니 더욱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되어갔죠.

     

     해방이후 우리나라의 당사자들은 병원에 가기보다 마을 공동체에 어우러져 살아갔습니다. 그것이 아주 자연스러웠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시대였습니다.

     

     그것이 20년 지나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네, 그 시작은 정신보건법의 제정이었습니다. 길거리의 당사자를 사라지게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과 거리를 두게만들고, 모르게 만들었습니다.

     

     잊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점차, 그것은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혐오와 공포로 변해갔습니다.

     

     강남역 사건은 그 시발점이었고, 임세헌교수님의 피살 사건은 절정에 다다르게 만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조현병 범죄에 대한 보도는 연일 터져나오며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조장했습니다. 외곡된 미디어매체는 기어코 시민들로 하여금 정신질환 전반을 혐오하게 만들었습니다. 진실이 아닌 소문은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뒤덮었습니다.

     

     소문에 뒤덮힌 대한민국에는 당사자의 진실이 한 조각도 남아있지 않고, 당사자들에 대한 온정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남은 것은 날카로운 말과 관리와 수용을 주장하는 세력들의 득세뿐이었습니다.

     

     어떠한 진실도 받아들이려하지않고, 어떠한 권리도 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회의 일부분도 내어주려하지도 않습니다. 이리로 저리로 쫓아낼 궁리만이 가득합니다.

     

     그리길지 않은 과거, 격리수용되지 않아도 지역사회에서 잘 살아가던 당사자들은 어디갔을까요?

     

     당사자들을 받아들여주고, 따스하게 보살피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이 땅에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 시절이 좋고, 그 시절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시대는 그때보다 못합니다. 그 시절의 당사자들보다 살기좋은 시대가 아닙니다.

     

     경제가 좋아지고, 기술은 좋아졌지만, 우리는 가두어지고 배척되고 혐오의 대상으로 내던져져있습니다. 중세의 유럽처럼, 고대의 그리스 처럼, 그렇게 퇴보해버렸습니다.

     

     자유가 치료입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 그것이 바로 당사자들에게 필요한 진정한 치료입니다.

     

     이제는 그 시절의 따스함을 가지고, 그 시절보다 더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야합니다. 그게 시대의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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