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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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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자는 감옥에 가고, 나쁜 환자는 어디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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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은정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9,293회   작성일Date 19-06-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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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자는 감옥에 가고, 나쁜 환자는 어디든 간다.>
     

     “착한 환자는 병원에 가지만 나쁜 환자는 어디든 간다.” 짐 스타인맨의 노래 “Good girl go to heaven bad girl go everywhere.”을 비틀어 말한 것이다. 이 때 스타인맨이 말하는 'Bad girl'이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주체적 여성을 의미한다. 이 문구를 정신장애인에 빗대어 '착한 환자'를 설명하자면, 이런 것들이다. "정신질환은 약을 먹으면 잘 '관리'될 수 있는 위험한 질병이다" "착한 환자는 그러한 병을 제대로 인지하고("병식") 기존의 의료 시스템에 순응한다" 그러나 우리가 권장하는 삶의 모델은 착한 환자가 아니다.
     
     오히려 '나쁜 환자'다. ‘나쁜 환자’는 기존의 진료 방식과 입원 절차, ‘병식 없음’ 프레임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자신에게 필요한 적절한 치료를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하는 자유를 가지며, 사회에서 만든 ‘예비범죄자’라는 낙인에 굴하지 않는다. “나는 약을 잘 먹고 있으니, 범죄자가 아니다.”라는 둥 약물치료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 스스로를 옥죄는 정신장애 혐오 사회에 부역하는 비겁자가 되지 않는다. 그러면 ‘나쁜 환자’들은 어디든 갈 수 있다.
     
     이를 "치료 거부"라는 의미로 곡해하지 않아야 한다. 물론 약물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특히 급성기 환자들에게 약물은 극적인 효과를 보인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약물치료, 심리치료, 재활치료 등의 '통합적 치료가 필요하다. 한 사람이 병원에 방문하거나 병동에 입원되지 않으려고 하는 데는 다 원인이 있는 것이다. 수많은 환자들은 약물의 양이 너무 많아서, 약물로 인해 부작용을 경험해서, 정신질환이 있다며 손가락질 받거나, 사회적 불이익을 받을까봐 두려워서 약을 먹지 않는다. 입원거부도 비슷한 맥락에서 생긴다. 병동의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두렵거나, 격리/방치되고 싶지 않거나,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두려움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단순히 ‘병식 없음’으로 퉁치고, 강제입원 및 강제투약을 하자는 것은 폭력이다.
     
     사회에서는 정신장애인에게 ‘장애 계급’이라는 낙인을 씌운 것도 모자라, 또 한 번 ‘예비범죄자’라는 이중낙인을 덧씌운다. 강남역 살인사건, 강서구 살인사건, 진주시 방화살인사건, 최근에는 ‘역주행’ 살인사건까지, 가해자는 ‘조현병 환자’였다고 한다.
     
    그러나 혹시 이름을 바꾸어, ‘남성 살인’이라고 타이틀을 붙여볼 생각은 없는가? 엄청난 지탄을 받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조현병 사건’으로 이름이 붙여진 사건들이 몇 가지 있는 동안에, 일반인의 범죄율은 정신장애인 범죄율의 15배에 이른다. 또한 강력범죄에서 남성 가해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97% 가까이 되며, 나머지가 여성 가해자고, 정신장애인은 그 중에서 거의 한 줌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 중 아주 일부가 범죄를 저지르면 그것은 정신장애로 인한 범죄가 되어, 구체적으로 이름도 붙는다.
     
     정신장애가 범죄를 일으키는 요인이라는 허구로부터, 일부 정신장애인의 범죄는 약을 잘 먹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며, 그러한 병식 없음이 범죄 사건을 만들고, 그러므로 강제입원 시켜 격리하고 약을 먹여야 한다는, “논리”가 탄생한다. 대전제부터 틀려 있는 '억지 논리' 말이다.
     
     이러한 '억지'의 상황에서 우리는 결코 ‘착한 환자’가 되어, 그저 "약을 잘 먹고 있다”라며 순응할 수 없는 것이다. 안인득과 김성수의 정치적 이름은 정신장애인이 아닌 ‘범죄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범죄자는 감옥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나쁜 환자’, 순응하지 않는 환자는 어디든 간다. 범죄자는 감옥에 가고, 나쁜 정신장애인은 어디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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