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로그인 회원가입
  • 커뮤니티
  • 당사자주의
  • 커뮤니티

    당사자주의

    자해는 왜 숨겨야 할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은정
    댓글 댓글 1건   조회Hit 21,295회   작성일Date 19-02-27 03:18

    본문

    자해는 왜 숨겨야 하는 것일까?

    자해흔은 나쁘며, 정말 전염병처럼 타인에게 전이되는 흉물일까?

    며칠 전, 자해에 대한 어떤 이의 생각을 듣고 화났던 일이 있다. 그의 말인즉슨 "미디어를 규제해야 청소년 자살과 자해가 줄어든다"라는 것이었다.
    지난 해 미디어가 모 유명 가수의 자살을 보도한 여파로 수많은 청소년이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해했다는 사실만을 보면 그 의견은 일견 꽤 타당해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말 그것은 미디어의 필터링 없는 보도 때문이었을까? 보도 윤리를 지키지 않아서? 다른 면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자살과 자해에 대해 떠들었다"라는 점이 보도 윤리에 어긋나는가?
    그러나 나는 그런 윤리에 합의할 수 없다.
    어쨌거나 누군가는 정신장애 또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그들 중 누군가는 자살과 자해를 한다. 이 사실을 감추는 것이 윤리인가? 그런 것은 은폐이지 윤리가 아니다.
    이 사실을 망각하고 미디어에 감추기 혹은 "필터링" 하는 것이 전략이 되는 순간, 이미 그 당사자들은 본인의 자해흔과 병증의 아픔을 전염병 마냥 개인의 문제로 일축하고 자책하며 홀로 떠안는다.
    자살과 자해는 결코 "보도윤리"를 지키지 않아서 생기는, 감춰서 덮어지는 문제가 아니라 애시당초 우리 사회에 존재하던 뿌리깊은 병마다.
    자해를 숨기지 않아야 한다. 자해는 전염병이 아니다. 설령 전염된다 한들, "존재 자체를 드러내지 말라"고 억제 당하는 전염병은 여지껏 자해 밖에 없었다. 우울과 자해를 "옮는다"며 기피하고 모종의 시설 속에 구겨넣는 것은 장애인의 그것과 너무 절묘하게 닮아있다. 우울과 자해에 대한 편견, 그것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박해와 사실상 다르지 않은 구조인 것이다.

    우리가 우울과 자해를 말하고 떠들자. 어디까지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의 기준에 대해서도, 우리가 정하자. 낡은 것을 완전히 허물고, 새로 정립하자.

    자해흔은 흉물이 아니다. 자해는 나쁘지 않다. 우리는, 우리의 우울과 자해를 말하고 떠들고 설칠 것이다.

    댓글목록

    profile_image

    전민님의 댓글

    전민 작성일 Date

    ---- 자살과 자해는 결코 "보도윤리"를 지키지 않아서 생기는, 감춰서 덮어지는 문제가 아니라 애시당초 우리 사회에 존재하던 뿌리깊은 병마다. ------

    맞습니다. 같은 생각입니다.

    세계는 전도본말되어 있습니다. 처음과 끝이 거꾸로 되어있고 밖과 안, 거짓과  진실, 강자와 약자가 뒤바뀌어 있습니다.

    맞다고 흔히 생각하는 상식이 사실은 진리가 아니며, 진리는 역설적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질 때가 많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의 세계관이 지금 우리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봅니다.

    빨간 약을 선택할 것인가? 파란 약을 선택할 것인가?

    진실을 아는 것은 대체로 고통스러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진실을 알면 알수록 진실을 말하고 싶지만 동시에 진실을 거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 언제나 존재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같이 살아야 하는가, 같이 살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방법이 아직까지

    는 없는 것 같습니다. 모든 인간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분명 진실입니다. 그래서 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진실을 알리고 널리 알게 하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쉽지 않습니다. 마음이 굳은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진실과 정의를 말한다고 그들이 마음을 바꾸

    지는 않습니다. 생각보다 진실과 정의에 눈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류역사에 오래된 모습입니다.

    일부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 진실과 정의를 지키려고 자기 삶을 바칩니다. 그런 이들을 역사는 기억하지만 그들의 삶은 당시에는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기묘한 침묵속에서 사람들은 자기 이득을 챙기는데 바쁘고 진리에 조복한 사람들은 손해를 봅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손해봤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점때문에 진리를 따르고자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방황합니다. 손해봤다는 생각이 들수록 이 길을 계속 가야 하는지 고민이 됩니다. 어찌보면 제가 다른

    이들보다 이기적인 지도 모릅니다. 허나 인생을 통틀어 진리를 지키고 정의를 지키려고 노력했던 것 같은데 그 결과 손해만을 본 인생이라면 이런 말을

    감히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만 아직까지도 내가 살아온 삶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믿음만은 남아있습니다. 그걸 누가 알아만 준다면, 인정해준다면 하

    는 바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