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곳에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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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에 있고 싶다. 당사자가 아닌 삶은 흑백 도시처럼 메말랐었다. 그 곳에는 안정감을 느낄 수 없었고, 외로움을 느꼈다.
감정은 언제나 우울이라는 파도속에 휘말려 겉잡을 수 없는 재난을 선물하였다.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았다.
흑백도시 같던 삶은 다양한 색채로 이루어졌고, 외로움보단 소속감을 느끼고 있었다. 행복했다. 행복했기에 욕심이 났다.
내가 있는 곳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지만 찰나의 순간일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수동적인 면모가 튀어나온다. 웃기게도 뭐라도 되는 것마냥 날 지켜주는 이들처럼 그들을 지키고 싶었다.
내가 파도손에서 있게 된 후 많은 것은 변화하였다. 폭 넓은 인간관계와 다양한 가치관이 생겼다.
사람이 싫다못해 역겨움을 느꼈던 소녀는 누구보다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고 그들을 애정하게 되었다.
또한 이분법적인 생각을 가졌고, 틀에 박힌 생각만 했던 소녀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그것들을 이해해보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나에겐 파도손은 소중하고 행복한 공간이었다. 다른 곳에 있다면 이정도로 이 감각을 느낄 수 있을까? 아닐거라고 확신할 수 있다.
파도손이기에 나는 행복해질 수 있었다. 당사자라는 이름을 받아들이고 나의 대한 생각을 재정립할 수 있었고,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아, 나는 누구보다 불의를 보면 참을 수 없는 사람이었구나, 하고 깨달게 되었다.
동료상담가가 되고 싶다. 나와 같은 이들에게 작은 빛이라도 되어서 그들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있게 하고 싶다.
동료지원가가 되고싶다. 당사자들이 선택하는 모든 순간에 함께하고 싶다. 그림 작가가 되고 싶다. 내 다양한 경험을 캔버스에 오롯이 담아내고 싶다.
나는 하고싶은 게 너무 많은 사람이었다. 언젠간 파도손의 산하기관으로 단체를 만들고 싶다. 파도손이 홀로 모든 것을 감내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런 단체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대표님 혼자 모든 걸 계속하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들을 한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 사업계획을 하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는 행정업무에 특화된 아는 동료들이 있다. 사회복지사 1급을 가진 동료도 있다. 또 사회복지사자격증을 가진 동료는 행정 능력에서도 모자람이 없다.
나는 우선적으로는 그 분들의 급여환경이 최적화되도록 하고싶다. 그렇기에 나는 이 인원들을 가지고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려한다.
일단은 절차보조와 동료지원가와 연계되는 응급대응팀을 만드는 것이 주요사업으로 잡고 있다. 절차보조는 병원에 있는 당사자들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고립된 당사자들도 해당된다. 그러고도 여력이 된다면 동료상담가와 미디어 대응팀, 동료지원가 당사자 인권강사팀을 만들고 싶다.
그렇게 사설 EMS에서, 혹은 병원에서, 혹은 집안에서, 죽어가는 당사자들이 더는 나오지않게 만들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들의 인권을 지켜주고, 동시에 나의 인권을 지키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터무니 없는 꿈만 꾸는 사람이었다. 당장 일자리는 없고, 미등록 당사자라 장애 관련된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선명하게 찍힌 질병코드는 내가 일을 할 수 없는 인간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장애등록이 되지않는다. 쉽지 않았다.
양극성 정동장애는 등록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나는 그런 꿈을 꾸는 것조차 기만과도 같았다. 모든 게 돈이 필요하다.
왜 우리는 풀타임 근무를 할 수 없는 걸까. 돈을 벌 수 없는 걸까. 우리를 일 할 수 없게 만든 건 사회였다. 정신장애에 대한 혐오와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는 분위기가 문제였다.
정신장애인도 사람이다. 우리도 사람이다. 어째서 사회는 우리를 죽이는 것인가? 빈약한 복지와 폐지된 등급제는 의미가 없었다. 유령법은 있으나 마나했다.
사회는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당사자도 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격리되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도 지역사회에 속하여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살아야 한다.
특히나 나는 나를 먹여살려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돈도 안 되는 이곳에 있고 싶었다.
나라는 존재가 온전히 있는 거만 같았다. 내가 가진 무기는 젊음과 혈기밖에 없었다. 아직 이 판에 대한 것도 모르면서 어찌 이리 오만하게 구는지 가끔 그렇게 생각했다.
학력도, 돈도, 지능도 없는 주제에 말이다. 일자리가 필요하다. 돈이 필요하다. 살아가기 급급하다. 이럴때면 가끔 내 마음속에 무언가가 마모되는 기분이 들었다.
숨이 막힌다. 또 어딘가 틀어박혀서 단절되고 싶어진다. 문득 지하철에서 동료들과 이야기 했던 게 떠올랐다.
폐쇄병동에 대한 인권침해와 강제입원에 대한 엿같은 점을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우리를 이상하게 보고 우리에게 멀어졌다. 어떤 이는 겁을 먹었는지 손을 떨기도 했다.
언제쯤 정신장애라는 걸 밝혀도 눈총을 받지 않을까. 현실은 막막하고 이상은 터무니 없이 높았다. 포기하면 괜찮을까?
이 현실을 수용하고 체념하면 괜찮을까. 그럼에도 나는 굳이 어려운 길을 걷는다. 마모되어도 동료들이 있고, 내가 그 곳에 서 있다.
잘하든, 못하든 시도할 것이다. 가끔은 서러워 눈물을 흘리겠지만 결국 도달할 것이다. 내가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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