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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감금에 멍든 정신장애인 "협동조합 꾸려 치유"
“우리 같은 사람들이 왜 죽음을 되풀이해 떠올리는지, 왜 인권 침해를 겪는다고 느끼는지, 세상에 이야기하고 싶은 겁니다.”
이정하(43)씨는 ‘파도손’이란 정신장애인 문화예술협동조합을 꾸리려는 동기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정신장애인들을 미국에선 ‘살아남은 자’라 부른다고 했다. 이들의 자살 시도가 그만큼 잦다는 의미다. 이씨도 14년 전 조현증(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고 일곱차례 폐쇄 병동에서 치료받았다.
이씨는 16일 “세상에 나가는 것이 정말 추웠다”고 했다. 조현증·조울증·공황장애 등이 엄습하면 정신장애인들은 감금과 폭력, 약물치료 등에 맞닥뜨려야 한다고 이씨는 말했다.
정신장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이들이 느끼기에 너무도 차갑고 너무도 차별적이다. 자기결정권은 무시당하기 십상이다. 가족 2명이 동의하고 의사의 입원 권고만 있으면, 환자 자신이 동의하지 않아도 입원시킬 수 있게 돼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로 2011년 말 현재 정신장애인 9만4739명 가운데 환자 자신의 동의가 없는 입원 환자가 79%다. 일본에선 입원 환자 64%가 자의에 의한 입원이라는 점과 대비된다.
환자 1명에 월 100만원쯤 지원받는 병원 쪽은 환자를 잘 내보내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폐쇄 병동 환자의 70% 이상은 3년 이상 장기환자로 집계돼 있다. 정부가 최근 정신보건법 개정에 나선 것을 계기로, 정신장애인들의 강제 입원 같은 문제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원치 않은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던 이씨는 지난 5월엔 일반 병동에서 치료를 받았다. 치료 기간이 더 짧았고 치료 효과도 더 좋았다. ‘강제 입원이 오히려 증세를 고착화한다’는 확신이 섰다고 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자였던 이씨는 온라인 카페에서 비슷한 정신질환을 겪는 이들과 만났다. 6월 정신장애인 15명이 모였고 7월 준비위원회를 꾸려 본격적인 협동조합 설립에 나섰다. 얼마 전 단편영화를 만든 최광명(37)씨도 함께했다. 이들은 문화예술 활동으로 스스로를 치유하고,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의 편견에 맞서자고 결의했다. 사업체이면서 결사체인 협동조합이 이런 활동을 하기에 적합한 틀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고 했다. ‘파도손’이란 이름은, 잔잔하다가도 격렬해지는 파도를 닮은 자신들의 내면에 서로 손을 내밀고 치유하자는 뜻으로 지었다.
이씨는 “협동조합을 만나면서 따뜻한 세상을 봤고, 우리가 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이란 느낌을 처음으로 받았다”고 했다. 이씨와 동료들은 지난 10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협동조합 토크콘서트’ 무대에 섰다. 이들의 이야기에, 협동조합을 만들어 자립에 성공한 이탈리아 정신장애인들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영화 <위 캔 두 댓>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폐쇄 병동에 갇혀 죽을 때까지 제약회사의 정신의약품을 소비하는 존재일 뿐이었던 이들이, 협동조합을 준비하며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직은 설립을 준비하는 단계이지만, 협동조합을 만들며 주체적인 사람으로 바뀌어가는 것만으로도 설레여 합니다.”
♣H6s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한겨레 사회2부 / 박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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