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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병 환청 체험, 왜 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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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파도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3,915회   작성일Date 22-03-0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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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당사자라면 비장애인들이 종종 하는 ‘장애 체험’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들 체험이 진정으로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보다는 ‘장애인을 배려하자’라는 시혜적이고 일시적인 결론만 내릴뿐더러, 평소에는 장애인을 존중하지 않으면서도 체험을 할 때만 ‘장애인을 존중하는 착한 사람’이 되는 것 같은 착각을 주기 때문이다.


    정신장애계에도 ‘환청 체험’이 있다. 그러나 ‘환청 체험’은 다른 ‘장애 체험’보다도 더욱 질이 나쁘다. 왜 그런지 필자와 함께 알아보자.


    ■환청 체험은 비과학적이다=‘t’ 방송사의 환청 체험 영상을 보자. 제작진은 남성 네 명과 여성 네 명을 섭외하여 실험을 진행한다. 그러나 어디에도 ‘대조군’은 없다. 과학적인 실험 설계에서는 실제 조작을 가하는 실험군과 실험군과 동일한 환경을 유지하며 조작을 가하지 않는 대조군을 구분한다. 그러나 영상에서는 모든 참가자들이 환청을 듣는다.


    이 영상에는 참가자들이 환청을 들으면서 약속을 통보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환청을 들으면서 서로 통성명하기도 한다. 이들은 과제 수행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것은 조현병만의 특징이 아니다.


    이들의 과제 수행 실패는 환청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환청으로 인해 주의력이 흐트러졌기 때문에 발생했다. 이것은 환청의 문제가 아니라 주의력의 문제이며 ADHD나 조울증의 조증 상태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환청 체험 영상은 자극적인 썸네일(미리 보기)과 제목을 사용한다=유튜브에 ‘환청 체험’을 검색해보면, 눈살 찌푸려지는 검색결과들이 나온다.


    제목에 ‘충격주의’를 덧붙이거나(‘t’ 방송사), ‘소름돋는 정신병 환청 체험’이라고 적기도 한다(‘ㅁ’ 채널). 심지어 이 채널은 미리 보기 사진에 ‘정신분열증’이라는, 지금은 폐지된 잘못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미리 보기에 새빨간 횡단보도 사진을 넣어 공포감을 유발(‘ㅍ’ 채널)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t’ 방송사의 미리 보기에는 ‘죽어 죽어 죽어라’라는 문구가 씌어 있다. 해당 영상을 볼지도 모르는 조현병 당사자에 대한 배려가 없어도 전혀 없다.


    ■자극적인 환청 내용으로 조현병의 증상을 오도한다=‘t’ 방송사 채널의 환청 체험 영상을 틀어보았다. ‘오른쪽으로 가’, ‘너 왜 이렇게 바보 같니’, ‘넌 나를 배신했어’, ‘죽어’, ‘평생 쫓아다니면서 괴롭힐 거야, 죽을 때까지’ 등의 자극적이고 무섭고 소름끼치는 음성이 들려왔다.


    ‘ㅁ’ 채널의 영상을 들어보자. 외국어로 ‘너 역겨워’, ‘멈춰’, ‘만지지 마’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려왔다. 조현병의 환청 중엔 분명 기분 나쁘고 부정적인 환청이 많은 것이 사실이나, 영상에는 부정적인 환청만 있기에 문제이다.


    또한 조현병 증상은 환청만 있는 것이 아니다. 환각은 환청 외에도 환후·환미·환시·환촉 등이 있으며, 환각 외에도 망상·사고장애 등의 양성 증상과 와해, 표정이 단조로워지거나 무기력해지는 음성 증상이 있다.


    자극적인 내용의 환청을 조현병 증상의 전부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매우 비과학적이며, 당사자들에게도 비당사자들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현병 당사자에 대한 비합리적인 불신과 공포감만 심어줄 뿐이다.


    ■환청 체험을 경험한 참가자들과 댓글 작성자들이 내리는 결론이 위험하다=‘t’ 방송사 채널의 영상을 다시 한번 보자. 참가자들은 ‘뭘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를 정도로 당황스러웠어요’, ‘가족들도 고통스러울 것 같아요’ 등의 부정적인 평을 한다.


    댓글을 살펴보자. ‘진짜 일상생활이 안 될 듯’,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저처럼 무고한 할머니를 우산으로 때릴 수도 있습니다’, ‘조현병은 진짜 무서운 병이에요’ 등 조현병 당사자와 그 가족의 삶을 편협한 시각으로 단정 짓고 자극적인 루머를 퍼트리고 있다.


    ‘ㅁ’ 채널의 댓글 역시 다르지 않다. ‘듣는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것 같은데’, ‘한국어로 들으면 ** 무서울 듯’ 등의 댓글이 달려 있다. 물론 그중에는 조현병 당사자가 직접 남긴 댓글이나, 조현병 당사자에게 우호적인 댓글도 있긴 있다.


    그러나 자극적인 댓글이 300개가 넘는 추천을 받고 상단에 올라가는 것은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퍼트리는 매개체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영상 제작자들이 편견을 막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댓글을 관리하지 않는 것은 더욱 실망스럽다. ‘환청 체험’ 영상을 본 시청자들이 내리는 잘못된 결론으로 인해 조현병은 공포의 병이 되었으며, 당사자에게는 부정적인 편견이 덧씌워졌다.


    이상으로 ‘환청 체험’ 영상이 어떤 점에서 잘못됐는지를 짚어보았다. 장애에 무지한 비장애인의 시선에서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장애인 체험’ 콘텐츠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퍼트리고, 장애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장애인에게 상처를 준다. 여기에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가 덧씌워지면 혐오는 돌이킬 수 없이 퍼진다.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인권 감수성 없이 ‘장애 체험’만 하는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진정으로 장애인 당사자를 이해한다면 ‘장애 체험’ 없이도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니 ‘장애 체험’을 하기보다는 장애인 당사자와 관련 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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