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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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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준표 “노르웨이는 퇴원한 정신장애인에게 무료로 집을 제공하고 매달 생활보조금도 지급해요”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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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파도손관리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2,958회   작성일Date 21-05-07 10:47

    본문

    '내 안의 또 다른 나' 저자 노르웨이 배준표 씨 인터뷰

    마음치유는 과거와 지금, 미래의 통합적 이해가 중요

    깨달은 상태는 과거 기억과 경험이 마음 안에 정리되는 과정

    마음이 자기 멋대로인 존재는 마음이 가장 자유로운 상태

    정신질환은 자신을 상실하는 환경 속에서 발현돼

    남과 비교 말고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자기 멋대로 살아야

    환청 소리가 아닌 올바른 방향의 내면 소리 듣는 분별력 가져야

    정신질환 가지면 무언가에 의존하려고 사이비 종교 유혹에 넘어가

    가해자도 큰 맥락에서 피해자...언행 미워하되 인간을 미워하지 말아야

    노르웨이 역시 국공립 정신병원들 제 역할 못하고 있어

    환자가 자기결정권 토대로 원하는 치료시설에서 치료받아

    약물 없는 치료의 선택은 수많은 환자들의 민원 때문에 가능

    노르웨이 정신보건 주체는 환자...치료와 재활이 환자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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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아버지는 엄마와 이혼한 후 세 명의 여자를 거치며 살았다. 그 역시 세 명의 새어머니를 자기 의지 없이 받아들여야 했다. 아버지는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폭력에 무방비인 자신을 지켜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폭력과 자기비하는 악순환의 고리였다.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그리고 자신의 대인공포와 조울증, 조현병이 주는 환청과 오랜 시간 싸웠다. 아니, 견뎌야 했다. 삶이란, 때로는 견뎌야 하는 바위의 눌림과 같다.




    집안에서의 일 년간의 ‘히키코모리’ 생활 후 돈을 벌기 위해 주유소, 식당에서 일했지만 대인공포를 가진 그가 손님과 사람을 대하는 것은 늘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직업은 신문배달이었다. 배달을 하는 동안 사람과 부딪힐 일이 없었기에 그랬다.


    그는 그때부터 자기 탐구를 진행한다. 노트에 자신의 상황과 상태, 일어났던 일들을 적으며 자신의 마음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는 마음 치유의 매뉴얼로 변한다. 그리고 그는 그 치유의 과정을 고통스럽지만 가야 할 길로 정하고 대중에게 마음치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이후 그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일본으로 가서 공부했고 몇 개의 나라를 거쳐 이스라엘 키부츠로 간다. 거기서 운명처럼 노르웨이 여성 카리를 만났다. 슬픔은 슬픔을, 상처는 상처를 서로 위로하고 토닥인다. 그와, 식이장애를 앓았던 카리가 그랬다.




    그는 미국의 한 주립대학에 입학 통지서를 받았지만 카리를 위해 노르웨이로 떠났고 오슬로대학에서 공부를 진행했다. 카리와 결혼 후 지금 18년째 노르웨이에서 학교 교사로 생활하고 있다.


    기자는 그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의 답변을 읽으며 문득 철학자 스피노자를 떠올렸다. 스피노자는 인간의 자율적 삶을 촉구했다. 그래서 자유인은 늘 불안한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인간은 자기 보존 욕구인 ‘코나투스(Conatus)’가 있어 자신의 삶을 완전성으로 이끌어가는 추동력이 된다고 했다. 따라서 슬픔의 감정 대신 기쁨의 감정을 가지는 것이 자유인의 사유임을 케리그마(선포)했다.


    또 신 앞에서의 노예의 삶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긍정하고 자유인의 길로 걸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을 믿는 자는 초월성에 기대 안정감을 느끼지만 어디에도 기대지 않는 자유인은 그만큼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기결정권에 기반한 주인으로서의 삶을 요청했다. 그는 진실로 깨달은 자일까. 거기에 대한 답변 대신 기자는 그의 저서 ‘내 안의 또 다른 나’(작은씨앗)를 일독하기를 권한다. 유년기의 고통과 청년 시절의 고통, 이후 삶의 의미와 깨달음을 대중과 나누고자 하는 그의 삶의 일련의 과정들이 거기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보름 전 배준표(45) 씨에게 이메일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틀 후 그가 흔쾌히 인터뷰에 응한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우리의 인터뷰는 이메일을 통한 서면으로 진행됐다. 기자가 주목한 건 노르웨이의 정신의료 시스템이었다. 정신과 이용이 무료로 이뤄지고 약물 치료 없는 정신병원의 작동, 그 병동의 이용도 무료라는 사회민주주의 사회 정신건강 복지 체계는 한국이 구현해 나가야 할 제도적 모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깨달음의 자기 삶에의 적용도 그랬다. 삶의 의미를 깨달은 자는 이를 선포하는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그것은 필연적으로 검증의 기간을 거쳐야 하며 성화(聖化)된 깨달음의 세속화 과정 역시 거쳐야 한다. 그는 깨달았을까.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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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준표 씨. 사진=배준표 제공

    -마음 치유가 불교의 참선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길과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언뜻 보기엔 불교의 참선과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 치유는 좌선도 필요 없고 불교가 정의하는 망념을 없애거나 다스리려고 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불교의 참선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인간의 마음에 떠오르는 모든 감정, 의식, 성욕을 중시하며 망념(妄念) 또한 인간의 의식 작용의 일부로 바라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은 고차원적인 무형물로 이유 없이 우리에게 망념을 만들어내지 않는다고 보고요, 망념의 이면에 숨어있는 메시지를 파악하려고 관찰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즉, 망념은 없애야 될 부정적 존재가 아니라 우리에게 지혜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긍정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똑같은 사물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듯이 망념이라는 것도 자기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관찰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는 정신적 존재입니다.


    불교의 참선은 ‘바로 지금’을 중시하지만 마음치유는 지금뿐만 아니라 과거 경험들과 이미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까지도 지금과 동등하게 중시합니다. 과거-지금-미래를 따로 분리시켜보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마음 치유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은 시공을 초월하는 자유로운 무형물이며 언제든지 자유롭게 과거-지금-미래를 왔다 갔다 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롭게 태어난 마음을 굳이 일부러 지금 이 순간에만 고착시키려 하는 건 억지가 아닐까요?


    사실 과거-지금-미래라는 표현은 인간이 시간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낸 물리적 언어일 뿐 본래 인간의 마음은 시간적 구애를 받지 않습니다. 마음의 반영물인 꿈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꿈을 꾸는 동안 과거-지금-미래를 수도 없이 왔다 갔다 합니다. 꿈 안에서는 과거-지금-미래라는 시간적 순서를 논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간이 자기들이 이해하기 편하게 만들어 놓은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꿈 안에서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의식은 과거의 무수한 경험과 외부에서 반복되어진 교육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과거의 경험, 과거의 의식을 빼놓고 현재의 의식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노르웨이라는 나라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노르웨이의 역사를 이해함으로써 가능합니다. 노르웨이의 과거 역사를 쏙 빼놓고 현재의 노르웨이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 아닙니까?


    불교의 참선에서는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에 대한 회한이나 후회, 설움 등 일체를 놓아버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걱정 따위도 떨쳐 버린 채, 오직 바로 지금 여기에서 다만 좌선에 몰두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마음 치유의 접근 방식은 참선과 정반대의 길을 택합니다. 과거에 대한 회한이나 후회, 설움이 올라올 때는 마음이 보내오는 시그널이기 때문에 놓아버리려고 할 필요 없이 그 회한, 후회, 설움의 이면에 숨어있는 메시지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걱정 또한 마음이 보내는 시그널이기 때문에 놓아버리려고 할 필요 없이 이면의 메시지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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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준표 씨와 아내 카리 씨. 사진=배준표 제공

    지저분하게 어질러진 방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어질러진 과거의 경험과 기억들은 현재 자신이 온전히 깨어있지 못하게 방해를 합니다. 즉, 현재 깨달은 상태에 있으려면 과거의 경험과 기억이 자기 마음 안에서 올바르게 정리되어 있어야 가능합니다.


    저는 마음 치유에 정진하던 시절 과거의 기억들을 무수하게 떠올리며 재해석을 했고, 미래의 벌어지지도 않은 일들을 기대하고 상상하며 제 꿈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마음이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면 과거의 일들이 떠오르게 가만히 내버려두고 그대로 느낍니다. 미래의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상상해도 그대로 내버려두고 느낍니다.


    제 마음은 불교의 참선의 방향과는 전혀 다르게 과거, 현재, 미래를 왔다 갔다 하기를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자기 멋대로 자유자재로 놀고 있는 제 마음이 참 좋습니다.


    직장에서는 교사로서 학생들 교육을 위해 수업에 집중하지만, 직장 이외의 시간은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우리들 멋대로의 마음을 서로 주고받기를 반복합니다.


    제가 아이 셋을 키워보니까 세상에서 제일 마음이 자기 멋대로인 존재가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아이들입니다. 마음이 자기 멋대로인 존재라는 말은 마음이 가장 자유로운 상태라는 말입니다. 마음이 가장 자유로운 상태는 마음 치유가 필요 없는 상태입니다.


    마음 치유는 불교의 참선이 지향하는 평상심에 도달하려고 노력하는 길도 아닙니다. 마음 치유는 다이내믹한(역동적) 마음을 마음껏 풀어주고 놓아주고 표현하고 느껴주며 가는 길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자기를 오감으로 느끼는 순간들이 곧 자아를 발견하는 순간들입니다. 자아라는 것을 추상적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희노애락(喜怒哀樂)을 온전히 느끼는 자신이 곧 자아입니다.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분들의 공통점은 온전한 희노애락을 느끼지 못하게 뿌연 안개 속에서 자아를 상실한 채 자신의 참 오감과 동떨어져 지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우리는 부처님이나 예수님처럼 될 필요도 없고 각종 종교가 주장하는 어떤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이 될 필요도 없습니다.


    지상의 각종 종교들이 짜맞춰 놓은 틀에 자신을 맞추려고 줄기차게 노력하다가는 오히려 마음이 더 부자연스러운 상태가 되고 맙니다. 그냥 자신이 태어난 원형 그대로 자기 자신만 되면 그게 곧 최상이며 마음 치유의 방향과도 일치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치유와 인지행동치료는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인지행동치료는 과거 경험보다는 현재의 삶에서 사고의 오류를 인지하고 수정하며 감정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에만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반면 제가 장려하는 자기 탐구 및 오프라인에서 실시해야 할 사항들은 인간 삶의 전체를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거기엔 과거의 경험, 가정 환경, 트라우마, 후천적으로 습득된 무의식 등 인간 삶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면을 다룹니다.


    물론 자기탐구에서도 자기 사고를 검토·수정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보면 언뜻 인지행동치료와 자기 탐구의 차이가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탐구는 과거 경험과 트라우마를 재해석하기도 하고, 감정을 토해내기도 하고, 자기와의 긍정적인 대화 및 자기 암시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것이 인지행동치료와 자기 탐구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또 한 가지 차이점은 인지행동치료를 실시하는 병원들은 대부분 약물 복용을 병행합니다. 일부 병원은 인지행동치료 초·중반에 정신과 약물 복용을 장려도 하지만, 저는 약물을 복용하며 자기탐구를 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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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리 씨. 사진=배준표 제공

    물론 인지행동치료도 과정에 따라 약물을 서서히 줄여나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정신과 약물은 처음부터 복용하지 않는 것이 마음 치유의 효과와 자기 탐구의 효과를 가장 크게 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약물을 복용해 오던 사람도 약물을 서서히 줄여가며 자기 탐구를 하게 되면 결국엔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배준표 씨는 약물 감소는 반드시 의사와의 대화와 치유 체계 속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편집주)


    저는 인지행동치료를 무시하지 않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당사자가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치유에 진전이 올 수 있는 긍정적인 이론입니다. 다만 인지행동치료는 마음의 일부분을 치료해 주는 역할을 하지만, 마음의 병을 유발하는 원인적 뿌리에 접근하며 치료를 시도하는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삶을 통해, 경험하고 있는 총체적 마음치유 관점에서 볼 때 그렇습니다. 제가 만일 정신질환을 앓던 18세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마음 치유 방식을 또다시 택할 것입니다.”


    -마음 치유의 길은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지 자신의 성격을 개조하며 나아가는 길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정신질환에 걸린 이유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우리 자신을 상실하게 만드는 환경 속에 살면서 본래의 자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본래의 자신을 상실하게 만든 환경적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실제 정신질환을 앓아본 분들이라면 자기가 상실된 마음의 무질서, 공허의 상태를 머리로만이 아니라 심정으로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마음 치유 과정이란 자기 무지(無知), 자기 상실의 상태를 지나 서서히 자기 앎, 자기 친화의 길로 가려고 노력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성격이라는 문제가 반드시 대두됩니다.


    우리가 속한 사회는 특정 성격이 일부 성격보다 우월하고 우세하다는 환경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을 여러 분류의 성격으로 규정해 놓으며 사람들을 일정 범주에 넣어두기도 합니다. 이런 사회적 현상은 성격 콤플렉스를 창출하고 인간이 자기답게 살지 못하게 만들어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성격 개조 학원이라든가 성격 클리닉 같은 엉뚱한 업소들이 발생하는 거죠. 인간들의 다양한 성격을 사회가 규정해 놓은 우월한 성격들로 개조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다 소용없는 짓이고 마음 치유와 정반대의 길입니다.


    제가 꿈꾸는 사회는 인간이 무슨 무슨 성격으로 범주화되는 사회가 아닙니다. 한 인간이 유일무이한 인간 그 자체로만 받아들여지는 사회입니다. 전 저 자신을 어떤 성격의 나라고 규정짓지 않습니다. 저는 그때 그때 제 마음의 소리에 반응하며 발현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한없이 소심해지기도 하고, 한없이 대범해지기도 하고, 한없이 예민해지기도 하고, 한없이 둔감해지기도 하는 그런 다이내믹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래도 굳이 인간의 성격을 범주화하고 싶어서 안달인, 시간이 남아도는 학자들이 있다면 지구상의 인구만큼이나 다양한 성격의 범주를 만들어야 할 겁니다. 현재 세계 인구가 약 77억 명이니 그만큼의 범주를 만들려면 심리학자들이 평생 데이터를 수집해도 달성할 수 없는 과제가 되겠죠.


    제발 부탁인데 성격 운운하며 자기를 일정한 도그마에 가둬두거나 남과 비교하지 맙시다. 진정한 자기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사는 자기 멋대로의 사람이 됩시다. 우리는 아기였을 때 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태어났으니까요.”


    -한국에 번역된 자기계발서 중에는 이런 요구 사항이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세상에 온 이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이라는 자기암시 글을 종이에 적어서 아침 저녁으로 읽으라’고 권했습니다. 이는 어쩌면 학교에서 꼴찌를 하는 애가 ‘나는 지금 일등을 하고 있으며 일등 자리를 놓치지 않겠다’라는 자기모순에 의한 정신질환에 직면하게 되는 위험한 논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감합니다. 학교에서 꼴찌를 하는 학생이 ‘나는 지금 일등을 하고 있으며 일등 자리를 놓치지 않겠다’라는 내용으로 자기 암시를 아침저녁으로 하면 정신질환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자기 모순, 자기 부정, 완벽주의로 이끄는 내용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똑같은 학생이 ‘나는 꼴찌를 해도 내가 좋다. 오늘도 꼴찌를 할지언정 오늘 할 수 있는 0.1% 의 노력을 시도해 보자’라는 내용으로 매일 자기 암시를 했다면 결과는 달라질 것입니다.


    즉, 자기 암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내용으로 자기 암시를 하는가가 관건입니다. 자기 암시라는 말 자체를 강박적 관념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원하든 원치 않든 자기 암시를 매일하며 살아갑니다. 자신이 일일이 인지를 못 해서 그렇지 인간은 누구나 자신과 대화를 하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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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준표 씨의 세 아이들. 사진=배준표 제공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는 건 곧 자기 자신에게 생각을 주입하고 있는, 자기 암시와 별반 차이가 없는 의식의 작용입니다. 안타깝게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은 자기와의 대화가 매우 부정적, 강박적이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허황된 경우가 많습니다.


    ‘난 또 못 해낼 거야, 난 숨 쉴 가치가 없어, 내가 무슨 수로, 난 평생 이렇게 찐따처럼 살다가 죽을 존재야’ 등의 부정적 자기 대화, 그리고 ‘난 성공할 수밖에 없어, 난 꼭 일등만 해낼 거야, 난 뭐뭐를 해야 돼, 이번에 못 해내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어’ 등의 강박적 자기 대화, ‘난 세상에서 가장 잘났어, 나는 대통령이 될 사람이야, 내가 계획한 일은 무조건 잘 될 거야, 난 단숨에 뭐든 해낼 수 있어’ 등의 허황된 자기 대화가 하루에도 수도 없이 마음속을 왔다 갔다 합니다.


    제가 제 아이들에게 ‘넌 구제불능(救濟不能)이고 멍청한 찐따야. 나가 뒈져라. 네가 내일 일어났을 때 다시는 널 안 봤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매일 밤 아이들이 잠들기 전 9시에 딱 석 달만 반복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스스로를 극혐(極嫌)하며 마음의 무질서를 경험하는 아이들로 자라날 확률이 커질 것입니다.


    제가 진심으로 한 말도 아닌데 왜 그런 현상이 벌어질까요? 인간은 의식적인 주입이 외부에서 반복되면 그 정보들을 자신의 무의식의 영역에 저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의식은 현재 의식보다 강하게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기에 아이들은 무의식에 프로그래밍된 정보를 그대로 합리적인 의심 없이 따르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제 아이들에게 ‘난 너희들을 조건 없이 사랑해. 그냥 너희들 그 자체로 좋아’라는 말을 매일 반복해 주면 위의 예와는 정반대의 프로그래밍이 아이들의 무의식에 저장되겠죠.


    성인이 되어 버린 우리에게 좋은 말들만 매일 들려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이건 신(神)도 대신해주지 못합니다. 자기 자신과 평생을 함께할 자기 자신이 스스로에게 좋은 말들을 들려주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대화는 남과의 대화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과의 대화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자신과 어떤 대화를 나눌까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해요. 자기 자신과의 올바른 대화가 정립되면 남과의 온전한 대화도 저절로 정립되는 날도 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매일 아침 대변을 누면서도 저와 대화를 하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면서도 저와 대화를 하고, 지금 기자님에게 답글을 쓰면서도 저와 속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대인공포든 정신질환이든 우리가 치유의 길에 들어서면 일반인들의 틀에 맞춰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소리에 따라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겁니까.


    “자기 마음속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를 전부 내면의 소리라고 정의하면 내면의 소리라는 것은 인간이 정의하기 나름일 것입니다. 제가 사회공포증, 우울증, 조현병, 조울증을 앓던 당시 제 내면에는 세상의 창녀들을 다 구원하라는 메시지(환청)가 반복적으로 들렸어요.


    전 그 메시지가 신의 계시라고 믿고 실제로 영등포 뒷골목 창녀촌에 가서 창녀들을 구원하려고 생쇼를 벌였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 당시 내면의 소리에 따라 다리 밑에서 자기도 하고 고등학교를 40일 넘게 무단결석하면서 중퇴하고 말았습니다.


    알 카에다(Al-Qaeda)의 극단적 무장세력들은 내면의 소리에 따라 폭탄 테러를 자행하기도 합니다. 사이비 종교에서는 신도들이 내면의 소리에 따라 합동 결혼식을 올리기도 하고 자신의 전 재산을 교회에 갖다 바치기도 하며 교주와 그룹 섹스를 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내면의 소리라는 것은 정신질환자에게는 자칫, 환청, 망상이기도 하고 극단적 세력에게는 파괴적인 소리, 종교에서는 신의 내려주는 계시라고 해석되기도 합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치유가 되면 우리 내면의 소리에 따라 일반인과 다른 삶을 살게 되냐는 질문을 하셨는데 답변을 드리자면 ‘네, 맞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내면의 소리가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내면의 소리를 따르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내면의 소리에 분별력이 생긴다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의 마음속에는 항시 수많은 내면의 소리가 존재하니까요. 수많은 내면의 소리들 중에 자기에게 장기적으로 유익한 소리들을 골라서 실천하고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장이 되는 삶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장이 되어 있는 사람들은 항시 자기 내면의 소리를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습관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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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일시 귀국했을 때 가졌던 강연회 모습. 사진=배준표 제공

    -만물에는 입력과 출력이 있다고 했습니다. 정신과적인 입력과 출력은 어떤 것일까요.


    “감정이라는 인간 마음의 작용을 통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슬픈 영화를 보고 눈물이 나오려 하는데 주변 사람들 눈치가 보여서 억지로 눈물을 참았다고 칩시다. 그럼 그 사람의 마음에는 벌써 부자연스러움, 껄끄러움이 느껴질 것입니다.


    슬픈 영화라는 감정적인 정보의 입력이 다시 눈물이라는 감정적인 출력으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과정을 자신의 이성으로 강제로 억제했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반응은 그냥 울면서 그 슬픔을 느껴주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마음이 오염 안 된 어린아이들은 매일 감정의 입·출력을 반복하며 울다가 웃기도 하다가 또 울다가 웃기를 온종일 반복합니다. 그러면서 신기하게도 똥구멍에 털은 안 납니다.


    제가 겪었던 가정에서의 폭행을 예로 들자면, 폭행은 반드시 가해자의 부정적인 감정들의 입력이 피해자에게 발생합니다. 하지만 폭행을 당하는 피해자의 감정적 출력은 가해자에 의해 강제로 저지됩니다. 저는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제대로 울지도 못하고 저항도 못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폭행을 당하면 적대감, 억압감, 불안감을 느낍니다. 나중에라도 적대감, 억압감, 불안감이 밖으로 출력이 잘 돼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감정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준다면 괜찮겠지만 그런 해피엔딩은 영화에서나 벌어지는 짜여진 대본입니다.


    결국 가정 폭력의 피해자는 지속적인 감정의 출력이 방해받는 환경에서 살면서 자기 마음만 곪아 터지는 현상을 겪게 됩니다. 감정 입·출력의 순환에 방해물이 생기면 인간은 누구나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 치유 길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자기 감정의 흐름을 살피며 묵은 감정들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계속 입력만 됐던 부정적 감정들을 이제는 거꾸로 밖으로 토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거죠.


    인간의 마음속에는 무한정으로 감정을 저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용량이 초과되면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이고 고인 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흐르는 시냇물처럼 평생 입력과 출력을 반복하며 새롭게 정화되는 과정을 가야 합니다.”


    -아우슈비츠에서 생존한 정신의학자 빅토르 프랭클은 자신의 내담자가 사람들과 있으면 땀이 많이 흘린다는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그러자 “마음껏 땀을 흘려버려라”라고 조언하더군요. 선생님이 프랭클이라면 이 경우 내담자에게 어떤 조언을 해 줄 수 있을까요.


    “프랭클의 조언에 공감합니다. 신체에 나타나는 무수한 증상들은 이성적으로 제어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요동을 치는 존재라는 것을 제가 자가 치유를 가던 시절 몸소 경험했습니다.


    저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 손 떨림, 얼굴 경련 등의 신체 증상들이 나타났는데요, 억제하려 하면 할수록 더 강한 떨림과 경련을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날은 제어하려 해도 해도 안 되니 오기가 생겨서 ‘그래 갈 때까지 가보자, 오히려 더 떨려라, 더 경련을 일으켜라’고 증상들에게 자유를 주니까 오히려 증상들이 감소하더라고요.


    환청도 마찬가지였어요. 저는 저를 비웃는 소리, 욕하고 해코지하는 소리들이 들렸는데요, 나중에는 환청이 들려도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더 씨부○ 테면 씨부○ 봐라’ 하면서 버텼어요. 이건 병식이 생기고 나서의 상황이고요.


    초반에 환청이 들렸을 땐 전 그게 환청인 줄도 모르고 악령이 저를 조종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매일 촛불을 켜놓고 하나님에게 악령을 제거해 달라고 기도했고요. 할머니하고 악령을 제거할 줄 안다는 사람에게도 찾아가 봤고요. 다 헛수고였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제 어머니도 과거 조현병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경우는 식물과 대화가 가능했고 환청이 들렸습니다.


    인간의 마음에 떠오르는 모든 감정과 생각들이 각각의 의미가 있듯이 신체에 나타나는 증상들 또한 몸이 우리에게 보내는 의미 있는 시그널입니다. 저는 그걸 ‘이제 그만 됐으니 네 마음 좀 제발 돌봐 달라’는 시그널로 당시 받아들였어요.


    결국엔 신체 증상들에게 감사하게 되는 단계까지 갔습니다. 증상들이 없었다면 전 위기 의식도 못 느꼈을 테고 마음치유 단계에 진입하지 못하고 자기 무지 상태에 빠진 채 멍하니 시간만 흘러보냈겠죠. 증상들을 억지로 없애려는 게 아니라 증상들에게 자유를 주며 감사하는 단계까지 가게 되니까 천천히 증상들이 사라지면서 자유로워졌습니다.


    오랜 시간 좌절과 무너짐이 동반되는 과정이었습니다.


    물론 증상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건 증상들에게 자유를 주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마음 치유하던 시절을 다시 회상해 보면 수년 간의 자기 탐구와, 운동, 자연에서의 산책, 끝없는 실패와 직면 등의 결과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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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키부츠에서 지인들과 함께. 사진=배준표 제공

    -사회 관계에서 어떤 이들은 타인을 함부로 재단하고 판단하고 때로는 성격을 바꾸라고 강요합니다. 이 같은 부질 없는 충고와 조언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저는 오늘 그런 강요를 만약 당한다면 그들에게 속으로 ‘○ 까’ 하고 신경도 안 쓸 거 같습니다. 우리가 타인을 바꾸는 데도 한계가 있고 우리에게 할당된 하루의 에너지도 한계가 있기에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에너지를 사용하겠습니다.


    위의 성격 관련 질문에도 답변을 드렸듯이 우선 우리 자신부터 성격이라는 것을 왜 바꿀 필요가 없는지를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 그들의 엉뚱한 충고와 조언에 대꾸할 가치 조차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리라 봅니다.”



    -신경증과 정신병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두 개의 얼굴을 가진 한 몸일까요.


    “전 같은 뿌리에서 나온 두 개의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전 사실 신경증과 정신증의 경계를 뚜렷이 구분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신경증만 있던 것 같은 사람에게도 정신증이 올 수도 있다고 보고요. 제가 그 예에 해당합니다. 저는 신경증에 해당되는 우울증, 사회공포증을 초반에 겪다가 나중에는 조현병, 조울증을 겪었습니다.”


    -대인공포 치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기 비하를 고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이건 모든 정신질환 치유에 적용됩니다. 자기 비하와 자학은 전진을 원하면서 자동차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있는 상황과 같습니다. 엑셀을 밟아도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지 않으면 차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겠죠. 자학하게 만드는 요인을 찾아 인식하고 멈추는 과정이 곧 마음 치유의 입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 세상에 모든 만물은 자기 보호, 생존 본능에 충실합니다. 인간도 만물의 일부로서 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따르는 게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내의 세 번의 출산 과정에 동참했는데,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나와서 한 시간 이내에 제일 처음으로 시작하는 게 엄마 젖을 빠는 것이더라고요. 먹고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엄마 젖을 빠는 건 후천적으로 교육된 게 아니라 태초에 이미 프로그래밍 되어진 타고 난 것입니다.


    반면에 자학은 타고난 게 아니라 후천적으로 잘못된 환경에서 습득된 악습관이죠. 다행히도 후천적으로 습득된 모든 습관은 자기 노력 여하에 따라 새로운 습관으로 재프로그래밍이 가능합니다.


    과거 정신질환을 앓던 당시 저는 ‘자학 왕’이었습니다. 지금은 ‘자기사랑 왕’이예요.”


    -우리 안에는 모두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를 어떻게 안아주고 키워야 할까요.


    “우리 안에는 모두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청소년이 있습니다. 그 아이·청소년을 키우는 방법은 올바른 부모가 자녀를 키우는 방식과 똑같습니다.


    자신에게 진정한 부모가 되어 자기가 아이였을 때, 청소년이었을 때의 설움을 들어주고 부모로부터 못 받은 사랑의 말들을 스스로 들려주면 됩니다.


    눈을 감고 상상합니다. 세 명의 새어머니들에게 차별과 미움을 당하며 상처받은 아홉 살 난 저 자신에게도 찾아가고, 가출 후 컴컴한 지하실에서 혼자 누워 죽을 날만 기다리던 고등학교 2학년 청소년에게도 찾아가고, 자살을 위해 수면제를 먹고 침대에서 정신을 잃고 누워있던 청소년에게도 찾아가고.


    남들은 다 이해하지 못할 그 당시의 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제가 상상 속에서 찾아가 그 아이·청소년이 그 당시 표현 못 했던 설움, 고통, 억압을 다 들어주고 감싸주는 거예요.


    자기 이야기를 아무런 판단 없이 다 들어주고 감싸줄 수 있는 대화의 상대가 있다면 그 상대에게 과거의 경험을 그저 털어놓고 받아들여지기만 해도 그 효과는 똑같다고 봅니다.


    저는 마음 치유 길을 갔던 당시 그런 대화의 상대를 발견하지 못했기에 혼자 상상으로 치유하는 방법을 택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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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 카리 씨. 사진=배준표 제공

    제가 한국에 살던 당시 찾아갔던 정신과 의사들은 제 이야기에 진정한 관심을 보이기보다는 제게 약 지어 주기 바쁜 사람들이었고 DSM(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따라 저를 범주화 하기에 바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저를 바라봤던 관점은 인격을 지닌 한 인간이 아니라 뇌가 고장나서 고등학교를 중퇴한 청소년으로 보였을 테니까요. 제가 늘어놓았던 이야기들도 뇌가 고장난 청소년이 늘어놓는 횡설수설로 들렸을 겁니다.


    우리가 현재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느끼며 살고 싶다면 과거의 경험들과 묵은 감정들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가 자기 마음속에서 온전히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우리는 과거의 눈으로 현재를 해석하며 오해와 착각과 망상에 빠지게 됩니다. 몸은 현재에 있지만, 정신은 과거에만 머물러 현재의 모든 현상을 잘못 해석·경험하게 되고 만다는 뜻입니다.


    인간의 오감이 상상만으로도 자극이 가능하듯, 이미 지나간 것 같은 과거의 경험들 역시 우리 안에서 오감을 지배하며 현재의 경험들까지도 그대로 인지하지 못하게 왜곡된 경험을 만들어냅니다. 과거의 상처받은 아이·청소년을 치유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 깊은 깨달음을 얻을 때가 온다고 생각됩니다. 선생님은 그런 깨달음의 시간, 혹은 삶을 다시 재구성했던 시간이 언제였습니까.


    “고등학교 중퇴 후 부모님이 있는 서울을 떠나 춘천에서 할머니하고 동생과 살던 시절이 마음 치유에 정진할 수 있는 환경과 계기를 만들어 줬습니다. 신흥야학에서 헌신적인 대학생 자원봉사자 선생님들과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재발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그때처럼 제 마음을 깊숙이 탐구해 본 적은 평생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습니다.


    마음 치유 후에 깨달음의 시간은 군 제대 후 이스라엘 키부츠에서 반 년간 살 동안이었습니다. 한국과 너무도 다른 키부츠 인들의 생활 방식과 전 세계에서 온 발런티어(volunteer·자원봉사자)들의 개방적인 사고, 행동 방식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키부츠에서의 생활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노르웨이 인 발런티어가 현재의 제 아내입니다.”


    -마음 치유 관계에서 올바른 사람들과의 만남은 막강한 심적 파워를 제공해 준다고 말씀했습니다. 정신장애인은 사이비 종교에 빠지거나 자신을 도와주는 척하며 이용하는 이들이 늘 있게 마련입니다. 어떻게 인간관계를 맺어나가야 할까요.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는 올바른 사고적 판단 및 주관이 불분명해 따뜻한 관심을 보이는 사이비 종교인들의 잘못된 이론에 넘어가기가 쉽습니다. 독이 있는 뱀이 더욱 아름답듯이 사이비 종교일수록 보다 정교한 이론과 술수로 인간을 현혹시킵니다. 특히 마음이 아프면 무언가에 의존하고 싶은 마음도 강해지기 때문에 더욱더 사이비 종교의 유혹에 빠지게 되고 맙니다.


    저도 한때 사이비 종교의 피해자였기에 그 심각한 문제점을 경험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때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에 심각하게 빠져있었습니다. 통일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면 현재 제가 누리고 있는 행복은 꿈도 못 꾸었을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요.


    사이비 종교 때문에 전 재산을 탕진하거나, 돈보다 더 귀중한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사이비 종교에 바치며 삶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실제 목격했습니다. 물론 당사자는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 알지도 못합니다. 저 역시 그랬었으니까요.


    우리는 항시 합리적인 의심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인간관계에서도, 삶의 순간순간 선택을 내릴 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고집을 버리고 자기의 생각과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열린 마음이 중요합니다.


    열린 마음을 배우고 습득하려는 노력이 없이는 마음치유도 불가능합니다. 마음치유를 위해서도 순간순간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는 통합적 사고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이를 통해 항시 자신의 사고, 신념, 사상, 종교를 재고해 보는 습관을 키워야 합니다.


    이 습관이 자리잡힌 사람은 자기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줄 사람, 불행으로 이끌 사람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봅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맺어진 잘못된 인간관계(부모·자녀, 친인척, 친구, 선후배, 이웃 관계, 직장 관계 등)는 정신질환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한 원인을 제공합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긴 마음의 병은 올바른 인간관계를 재경험함으로써 치유에 속도를 가할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를 단절시키고 인권이 무시당하는 격리, 강박, 가혹 행위, 폭행이 난무하는 고립된 정신치료 시설은 정신질환 치유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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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살 때의 배준표 씨. 당시 그는 지독한 대인공포에 시달리면서도 신문 배달일을 해야 했다. 사진=배준표 제공

    -유럽의 경우 사람들이 대인공포에 잘 걸리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유럽 가정의 교육 환경이 70% 정도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했는데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노르웨이가 전체 유럽을 대변할 수는 없기에 유럽의 경우가 아니라 노르웨이의 경우라고 정정하겠습니다. 현재 18년 넘게 노르웨이에 살면서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자면 ‘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인공포를 유발하는 요인 중에 사회, 문화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관계 문화가 한국과 너무도 틀린 노르웨이에서는 대인공포에 직접적인 요인을 제공하는 요소들이 한국에 비해 현저히 적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한국의 가정, 학교, 군대, 직장, 종교에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눈치보기, 서열 문화, 개인보다는 조직을 우선시하는 문화, 알아서 기라는 등의 우월, 열등 의식이 강한 환경은 대인공포를 부추기는 요소들입니다. 인간에 대한 환멸, 혐오감을 조장하는 요소들이니까요.”


    -인간이 인간을 진정으로 용서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그리고 그게 가능할까요.


    “용서라는 건 각자 개인이 정의하기 나름이기에 가능, 불가능을 논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제가 과거에 정의했고 현재 정의하고 있는 용서라는 개념 또한 삶의 경험을 통해 계속 변경돼 왔고 앞으로도 변경될 것입니다.


    제가 정의하고 있는 용서의 개념은 ‘가해자였던 사람들도 큰 맥락으로 보면 결국은 각자가 처했던 환경의 피해자였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이 행한 언행을 미워하되 인간 자체를 미워하지는 않는 상태’입니다.


    저에게 큰 상처를 주었던 아버지, 새어머니들도 좁은 시각으로 보면 제게 가해자였지만,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보면 그들 또한 병든 가정, 지랄 같은 사회에서 자라며 본의 아니게 잘못된 언행을 습득하고, 그 학습된 행위를 성찰의 과정 없이 저에게 반복한 것이지요.


    그들도 결국 처한 환경에서 당했던 피해자였다는 것을 마음으로 깨닫는 과정이 용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선생님은 조현병이나 조울증 당사자에게도 마음 탐구를 권하고 싶습니까.


    “네, 적극 권장합니다. 저도 과거 그랬었고, 제가 관찰한 다른 조현병, 조울증 환우들을 봐도 왜곡된 사고, 망상이 그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기 탐구는 자신의 사고를 다양한 각도로 재고해 보는 과정도 포함돼 있어서 자기 앎, 자기 인식의 정도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앎, 자기 인식이 깊어질수록 왜곡된 사고와 망상에 지배당하는 경우도 줄어들고 저와 같이 온전히 해방되는 날이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오는 게 아니라 올 수도 있다고 표현한 이유는 각자의 노력까지 제가 보장해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마음 치유 또한 각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엉뚱한 환상을 심어주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닙니다. 저 또한 제가 마음이 언젠가 치유되리라는 걸 정신질환을 앓던 당시엔 상상도 못 했었어요. 평생 정신질환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착각 속에 빠져 살았습니다.”


    -혹시 마음 탐구를 하다가 과대망상이나 조증으로 나가서 무너져내릴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습니다.


    “당사자의 상태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 있겠습니다. 마음이 극도로 무질서한 상태에서는 무엇보다 휴식과 안정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죠. 그건 자기 탐구보다 중요합니다.


    다만 조현병이나 조울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주 168시간 중 일 분 일초도 빠짐없이 주요 증상에만 시달리는 것도 아니죠. 마음이 극도로 무질서한 상태가 주 168시간 지속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자기 탐구를 실천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봅니다.


    자기 탐구 초반에는 무양식의 자기 탐구 방식보다는 자기 탐구장 양식을 사용할 것을 추천합니다. 양식을 따라 순서대로 작성해 나가다 보면 과대망상으로 빠질 확률을 줄이고, 객관적으로 자기 의식을 점검해보는 계기를 스스로 만들어 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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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준표 씨와 아내 카리 씨. 사진=배준표 제공

    -자료를 찾다 보니 노르웨이에서도 정신병동이 폭력적인 공간이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실제 어느 정도일까요.


    “저는 노르웨이 정신병동에 입원해 본 적도, 가 본 적도 없기에 공신력 있는 노르웨이 언론에 보도된 자료만을 중심으로 답변 드리겠습니다. 원본 링크입니다.


    [https://www.nrk.no/selvmord-i-psykiatrien_-har-brutt-loven-i-91-av-200-saker-1.14295726?fbclid=IwAR1OpWZfcVhN52L8VUKJqcnR7rXp_jU2w4pnFfapDhLuQX8B7ZT_ZwRG7DM]


    정신병동에서 자살 사건을 다룬 기사입니다. (노르웨이는 인구는 한국의 10분의 1 정도인 530만 명이다.)


    2018년 11월에 기재된 위 기사를 요약하면 ‘매일 수백 명의 정신질환자들이 정신과의 도움을 받으러 간다. 그리고 환자들은 이틀에 한 명 꼴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조사에 의하면 국·공립 정신병원에서 자살한 환자 케이스(사례)의 반 이상이 치료 과정 중 정신보건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고 한다’입니다.


    [ https://www.aftenbladet.no/meninger/debatt/i/az504/De-moderne-konsentrasjonsleirene-i-den-norske-psykiatrien ]


    위 링크는 ‘현대판 강제 수용소 노르웨이 정신병원’이라는 제목의 2017년 6월자 기사입니다. 기사는 공공연하게 수시로 벌어지고 있는 국·공립 정신병원에서의 환자의 인권 유린 사태를 규탄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자료가 있습니다.


    위의 두 자료만 이해해도 노르웨이의 국·공립 정신병원이 환자들의 정신 치유를 돕는데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확연하게 보일 것입니다.”


    -우리가 정신 의료의 선진국으로 생각하는 노르웨이에서도 정신과 환자들의 인권 유린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아내 카리 님도 노르웨이 정신병원에 갇힌 1년 반 동안을 지옥의 시간이라고 했는데요. 선생님이 보시는 노르웨이 정신병원의 현재 모습은 어떻습니까.


    “위의 기사들이 대변했다고 봅니다. 저는 전 세계의 정신병원이 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극단적인 생각이라고 보여질 수도 있겠지만 정신병원은 인간의 정신 치유와는 상관없이 환자를 뇌가 고장난 존재, 약물에 의지해야만 되는 존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향하는 마음 치유 방식과 정반대의 문화를 조장하는 특수 집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신병원은 빨리 망하고 국가의 예산으로 지역 곳곳에 약물, 강압보다는 인권 중심의 정신치유 센터가 생기기를 꿈꾸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환자의 진단명보다는 개성을 지닌 한 인간으로 그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환자와 의사라는 이분법적 구조보다 정신질환자가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받는 그런 정신치유 센터 말입니다.


    다행히도 노르웨이에는 정신 의료 선진국답게 이런 정신치유 센터들이 곳곳에 생기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정부는 지난 2016년 6월 1일부터 정신과 약물 사용을 제한하고 약물을 끊는 데 도움을 주도록 하는 것은 물론, 약물을 대체할 정신질환 치료 프로그램을 전국 정신질환자들에게 제공하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노르웨이 정부가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정신질환자에게 실제로 제공하기까지는 기존 환자들의 수없는 민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여전히 노르웨이 사회의 정신과 치료의 방법도 약물에 많이 의존하고 있겠지요.


    “네. 국·공립 정신병원은 약물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급했듯이 약물 사용을 자제하거나 아예 안 쓰는 방식의 치료도 여러 시설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토대로 자기가 원하는 치료 시설에서 치료를 받는 게 가능합니다.”


    -한국은 지금 정신건강복지센터가 각 지역별로 만들어져서 정신건강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경우 지역에 이 같은 센터들이 많이 있습니까.


    “각 지역별로 무료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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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 카리 씨. 사진=배준표 제공

    -노르웨이와 한국의 정신보건 시스템의 가장 큰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의 정신보건 시스템에 관한 지식이 부족해서 자세한 답변을 드릴 수는 없지만, 노르웨이의 경우를 요약하면 노르웨이의 정신보건 시스템의 주체는 의료진이 아니라 환자 자신이며 모든 치료 과정 및 재활이 환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노르웨이는 신경정신과 진료가 보편화돼 있고 병원비와 약이 거의 무료라서 경제적 부담이 없다고 했습니다. 좀더 설명해주신다면요.


    “노르웨이는 사회복지 시스템의 일환으로 개인이 연간 최대 2460 크로네(약 33만 원)의 개인 부담만 지불하면 모든 병원과 의료 시스템이 연중 무료로 제공됩니다. 연봉이 250000 크로네(약 3천4백만 원) 이하의 경우는 2460 크로네가 공제돼 첫날부터 무료로 모든 의료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정신질환자의 경우 심리상담, 물리 치료, 각종 심리치료 활동을 모두 무료로 이용이 가능합니다. 휴달쇼엔 리커버리센터(Hurdalsjøen Recoverysenter)처럼 약물 사용을 자제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정신치료 센터 역시 무료로 이용이 가능합니다.”


    -노르웨이에도 정신장애인이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겠지요. 그 경우 언론은 어떻게 보도를 하는가요. 예를 들어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는 식으로 방영하는 건가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노르웨이 언론에서도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살해 사건의 경우 국영 방송에서 잘못된 관점으로 보도를 해서 국민들의 편견을 부추깁니다. [ https://www.nrk.no/dokumentar/102-drept-av-alvorlig-psykisk-syke-1.11486065 ]


    더욱이 노르웨이는 살인 사건이 10년 간 228명 정도만 발생했을 정도로 살인 사건을 뉴스에게 접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뉴스 제목에 정신질환자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제목으로 기사가 뜨기라도 하면 국민들의 무의식에 정신질환자는 위험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각인되고 맙니다.


    다행히 동일 기사를 비판하는 기사도 함께 존재하지만 가장 인지도가 높은 국영방송에서 보내는 기사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대중들의 편견을 철폐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 비판 기사 원본 https://sykepleien.no/en/node/52521 ]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계도하고 인식 개선에 앞장서야 하는 언론의 역할은 노르웨이에서도 해결해야 될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핀란드의 경우 ‘오픈 다이얼로그’(Open Dialogue)라고 해서 정신장애 당사자가 정신과적 응급상황에 처하게 되면 가족과 친구, 의사, 복지사, 경찰 들이 그를 찾아와서 함께 대화를 한 후 하루 이틀의 경과를 지켜보고 병원 입원을 당사자가 결정하게 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습니다. 노르웨이는 정신과적 응급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노르웨이에도 핀란드와 유사한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정신과 의사,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정신과 간호사로 구성된 팀이 정신질환 당사자의 집으로 방문해 함께 대화를 나누고 경과를 지켜보며 병원 입원 혹은 치료 프로그램을 당사자와 논의하며 결정하는 시스템입니다.


    당사자가 사리 분별 능력이 현저히 부족해 자기결정권을 사용하기 힘들고 자신과 타인에게 뚜렷한 위험을 가할 우려가 있는 경우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의사의 권한 하에 합법적으로 강제입원도 가능합니다. 강제입원은 어디까지나 환자의 생명과 타인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되어집니다.


    한국에서 발생했던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을 이윤 추구의 목적으로 강제입원시키는 악용 사례는 발생한 적도 없고 발생할 수도 없는 시스템입니다. 노르웨이의 정신병원은 환자 인원에 따라 수익이 창출되는 곳이 아니라 환자에게 치료만 제공하는 곳이니까요.”


    -한국의 정신병원은 그동안 폭력적인 인권 침해가 이뤄졌던 공간입니다. 그래서 정신장애 당사자들은 아프면 가고 싶은 병원이 없고 퇴원하면 지역사회에서 살 조건이 없다고 한탄합니다.


    “안타깝지만 노르웨이의 정신병원도 인권 침해가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공간입니다.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근절되지는 않았습니다.”


    -노르웨이에서는 퇴원한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까.


    “환자를 중심으로 재활 및 치료팀이 구성돼, 재취업 및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 줍니다. 환자가 집이 없다면 집이 무료로 제공되며, 직장이 없다면 국가에서 매달 일반 직장인에 버금가는 생활보조금이 지급됩니다. 통원 치료를 통해 각종 정신치료 프로그램에도 참가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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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준표 씨가 노르웨이에서 유튜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갈무리

    -선생님이 살아오면서 깨달은 삶의 의미와 비밀이 있을까요.


    “정신과 의사가 던져준 병명에 자신을 가둬둘 필요가 없다는 것.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는 것. 인간은 자신을 억압하지 말고 마음껏 표현하라고 태어난 동물이라는 것. 삶의 의미는 신으로부터 주어지는 게 아니라 각자 찾아가는 것이라는 것. 인간에게 필요한 건 종교가 아니라 종교가 필요 없는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라는 것.”


    -첫째 딸 리나에게 바치는 시에서 ‘학교가 사회가 국가가 너를 강요할지라도 그 요구에 지배당하지 말고 오로지 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너답게 살아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너답게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너답게 살아라는 말은 여러 의미를 내포합니다. 운명과 타인, 외부 환경에 자기 삶을 맡기지 말고 자기 삶의 주인장이 되어 순간순간의 선택을 내리며 삶을 창조해 나가라는 의미입니다.


    분별력을 가지고 자신의 내면의 소리 중 진정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자기를 스스로 억압하지 말고 표현하며 살라는 것입니다.”


    -노르웨이에 머문 지 18년이 넘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오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한국에 돌아갈 구체적인 계획은 현재 없지만 제 마음이 어느 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면 그때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대인공포 치유와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십니까.


    “‘정신질환자는 뇌가 고장난 미치광이다, 잠재적 범죄자다, 사회에 도움이 안 되고 민폐만 끼치는 불필요한 존재다, 모두 정신병원에 가두고 사회와의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 정신질환은 불치병이다, 평생 약 달고 살아야 한다’라는 전 세계에 만연돼 있는 편견과 낙인을 줄이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저를 감추지 않고 세상 밖으로 드러내며 제가 저답게 살고 있는 솔직한 모습을 책, 세미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평생 타인과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나를 응원하는 자신, 아내를 응원하는 남편, 아이들을 응원하는 아빠, 마음 아픈 분들을 응원하는 마음 도우미로 평생을 살아가는 게 앞으로의 계획입니다.”


    출처 : e마인드포스트(http://www.mindpo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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