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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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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다이니우스 푸라스 유엔 건강권 특별보고관 "정신의학에서 인권을 빼앗으면 위험하고 독(毒)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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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파도손관리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8,705회   작성일Date 20-07-13 09:58

    본문

    정신의학이 정치적 이데올로기 통제 받으면 사회심리적 요인 다룰 수 없어

    특별보고관이 유엔 급여를 받지 않아야 유엔과 세계 정부 비판할 수 있어

    생의료모델은 효과 없어...시설화와 권력 불균형 강화시켜

    인권 기반 접근법은 선택이 아니라 전적으로 수용돼야

    정신건강 권리는 단순히 약물 치료 제공이 아니라는 메시지 전달해야

    정신질환 있어도 집에서 살 수 있어야...시설에서 거주하는 건 존엄성에 반해

    정신건강 의료화는 구시대적 유산...당사자 위한 지원과 케어시스템 생각해야

    정신질환 위기는 없어..시스템이 만든 부담과 장벽에 의해 만들어진 위기일 뿐


    다이니우스 푸라스 (c) Mad In America 

    다이니우스 푸라스 (c) Mad In America


    다이니우스 푸라스 특별보고관은 의사이자 인권 옹호자다. 그는 현재 ‘도달 가능한 최고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누릴 권리에 대한 유엔 특별보고관’으로 임기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다. 또 리투아니아 빌니우스대학 교수이자 빌니우스에 본부를 둔 NGO(비정부기구) 인권모니터링연구소장도 맡고 있다.


    푸라스 특별보고관은 지난 30년 동안 정신건강, 아동 건강, 장애, 폭력과 강제의 예방에 초점을 두고, 인권에 기반한 정책과 서비스를 촉진하는 지역적, 국가적, 국제적 활동에 관여해온 인권 활동가이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푸라스 특별보고관은 2014년 유엔 인권위원회에 임명된 때부터 정신건강 케어시스템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해왔다. 임기 동안 그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생의료모델(biomedical model)의 지배, 우울증의 의료화(medicalization) 등을 비판하는 몇 가지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의 보고서는 때때로 일부 주류적인 정신과 기관들로부터 조롱당하기도 했지만, 그는 지속적으로 강제적인 실천, 인권 침해 등의 문제에 이목을 집중시켰고, 정신건강 케어시스템 및 자살 예방에 대한 권리기반 접근법(rights-based approaches)에 투자를 증가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인터뷰에서 푸라스 특별보고관은 정신과 의사로서 자신의 여정, 인권 활동에 참여하기로 한 결정, 유엔 보고서에 대한 그의 목표, 권리 기반 정신건강 케어시스템의 미래에 대해 논의했다.


    인터뷰어: 아나 플로렌스 박사(MIA)


    인터뷰이: 다이니우스 푸라스(UN 건강권 특별보고관)


    번역: 송승연(한양대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 연구원)


    *


    애나 플로렌스(이하 플로렌스): 저는 특별보고관님의 경력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보는 것으로 시작하고 싶어요. 어떻게 정신과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셨나요?


    다이니우스 푸라스(이하 푸라스): 아, 이건 좀 이야기가 깁니다. 우선 의학을 공부하기로 결정할 때, 당시 사회과학, 인문학, 자연과학 중에서 선택을 망설이고 있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결정이었죠.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는 의학이 이 3가지 학문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저는 즉시 신체 부위를 진단하고 고치는 것만으로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에게 의학은 단순히 진단과 치료 그 이상의 무언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이는 바로 가치와 철학과 관련된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대학교) 3학년 때 정신의학을 선택하겠다는 것이 확고해졌습니다. 그때 우리 의대 교수진들은 아직 없었던 아동정신의학을 시작하길 원했고, 그들은 나에게 아동청소년 정신과 조교수직을 제안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는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시작에 대해 결코 후회한 적은 없지만 의료계와의 관계는 저에게 항상 약간의 긴장을 주고 있습니다.


    플로렌스: 커리어를 어디서 시작하였나요? 그리고 어떤 일을 하였나요?


    푸라스: 그 때는 80년대 초반이었고, 리투아니아는 당시 소련에 점령되어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저의 첫 10년간의 의료적 실천은 소련식 정신의학 및 아동정신의학에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어쩌면 역설적으로, 이것은 제가 인권에 민감해지고 이러한 인권 민감성을 유지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됐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소련은 차가운 교육 체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련 정신의학파는 냉전의 게임에서 소련이 자본주의를 물리쳤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심리사회적 요소들을 제거했다고 생각했고, 때문에 모든 위험 요인은 개인의 뇌에만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척점에 있던 서구 사회에서는 이를 이상하게 느끼겠지만, 소련은 차가운 정책을 진행했고, (소련에서는) 사회적 문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사회 서비스를 개발하지 않았습니다. 소련에는 사회복지사나 심지어 심리학자도 없었고, 정신과와 아동정신과는 상당히 잔혹했습니다. 불행히도 제가 슈퍼바이저들에게 배운 것은 정신의학을 실천하지 않는 방법이었습니다. 저는 슈퍼바이져들을 인간적으로 존경하고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은 이러한 이론과 실천을 대변했고 저는 그것을 바꾸기 위해 모든 것을 하겠다고 나 자신과 약속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에 대해 저는 진저리가 났고 그 발상 자체도 싫어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왜 다른 사람들이 이러한 시스템과 잘 지낼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많은 동료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것은 시스템이기 때문에 우리는 일을 해야 하고 가능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저는 “아니 우리는 시스템 그 자체를 바꿔야 해!”라고 말했습니다. 저의 저항적인 생각들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저는 나중에 이런 문제들이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죠. 이런 문제들이 제 근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90년대 초반, 동유럽에서 민주주의가 도래하고 피점령국들의 독립이 이루어지면서 평화적인 혁명이 일어났을 때, 저의 많은 고민들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게 되어 기쁜 마음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지적장애를 가진 아동들과 함께 일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사실 제 박사학위 주제였습니다. 저는 리투아니아의 수도에서 그런 아동를 가진 모든 가족들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연구를 했고 종종 모스크바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만약 당신이 80년대에 리투아니아어로 연구를 한다면 심장학, 종양학, 전염병, 소아과 같은 의학 분야는 가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신의학이나 아동정신의학을 연구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리투아니아에서 정신의학은 이데올로기적 통제 하에 있었고 사회적 요소나 심리적 요소들을 다룰 수는 없었습니다. 사회적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의료적 문제로) 의료화해야 했지만, 그것들은 실제로 존재했습니다!


    저는 환자들이 이 비효율적이고 해로운 시스템에서 해방되는 것, 또한 정신의학이 이데올로기의 인질로 잡혀 있었기 때문에 분야로서의 정신의학을 해방시킬 수 있는 변화를 꿈꾸고 있었습니다. 정신의학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그 당시에는 정치적 목적에 이용됐습니다.


    제가 만난 가족과 아이들은 실질적인 저의 스승이었습니다. 가령 그들은 제게 윤리적 정신의학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나중에 제가 깨달은 것은 정신의학에서 인권을 빼앗으면 정신의학은 위험하고 독이 된다는 것을 그들이 저에게 가르쳐 주었다는 것입니다.

    아나 플로렌스 박사 (c) Mad In America 

    아나 플로렌스 박사 (c) Mad In America


    플로렌스: 일찍부터 정신의학에서 이데올로기의 역할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저항성과 아까 언급한 그 시스템에 대한 진저리가 선생님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시스템에 도전하기 위해 할 수 있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푸라스: 소련 시스템은 전체주의 체제였기 때문에 저는 그 어떤 기회라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시 비정부기구를 설립할 수도 없었고 그건 범죄 행위였습니다. 1989년 변화의 바람을 느낄 수 있게 됐을 때 저는 부모단체 설립에 착수했습니다.




    1989년 마침내 민주주의가 도래하면서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부모들을 초대한 후 “모든 것은 이제 여러분 손에 달려 있습니다”라고 말했죠. 그 때부터 자녀가 존엄한 삶을 살기 위해 민주주의를 이용하는 방법, 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방법을 다른 나라의 부모들로부터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당시 그 부모들은 런던과 뉴욕으로 가서 자기 아이들의 뇌가 잘 작동될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단지 질환에 걸렸을 뿐이며 누군가 그들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던 생의료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회적 모델 혹은 인권 기반 접근법이라고 부르는 모델로 그 부모들이 이동하는 것에는 불과 1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존엄성을 가지고 사는 것이 주된 목표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부모가 늙어서 죽었을 때, 세계 일부에서 일어났던 일처럼 성인이 된 아이들이 끔찍한 시설로 이동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가 HOPE라는 단체를 처음 만들 때 참여한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이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단체 중 하나입니다. 이 당시 활동한 부모들과 새로운 세대의 부모들하고 저는 매우 좋은 친구이며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저를 만나면 이렇게 말합니다. “의사들에게 의료모델을 포기하라고 말했던 당신의 그 약속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죠?” 그러면 저는 “네 맞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저는 또한 빌니우스 대학병원 내 아동발달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소련 정신의학회에서 분리됐을 때 리투아니아정신의학회 초대 회장을 지냈고 정신의학 전문가 집단의 자기성장, 자기조절, 현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플로렌스: 선생님의 작업들이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어떻게 ‘도달 가능한 최고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누릴 권리에 대한 유엔 특별보고관’이 됐는지 우리에게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푸라스: 단지 의료적 실천 혹은 학술 활동을 통해 특별보고관이 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고 너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약 10년 전인 2007년에서 2011년 사이에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선출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유엔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2014년에 보고관에 지원했습니다. 임명되고 나서 당연히 기뻤지만 저의 30년 동안의 독특한 경험을 잘 활용해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저는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누릴 권리에 대한 보고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신건강의 동등성과 비차별에 기여하기 위해 저는 처음부터 정신건강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과업을 해야 할 때가 왔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난 6년 동안 정신건강 분야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이니우스 푸라스 유엔 특별 보고관 (c) Narod.hr 

    다이니우스 푸라스 유엔 특별 보고관 (c) Narod.hr


    플로렌스: 특별보고관으로서 어떻게 지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푸라스 : 특별보고관이 되는 것은 직업을 얻는 것이 아니라 프로보노(Pro Bono·공익을 위한 서비스)  활동입니다. 알다시피 보고관을 지원할 때 불평을 토로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불만을 표한 적도 없습니다. 특별보고관의 독립성이 주요 자산이기 때문에 프로보노 활동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보고관은 독립적인 전문가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추구하고, 말하고, 쓸 수 있으며 이것이 우리의 힘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삶을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생존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다른 직업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의 팬데믹(코로나19의 전세계적 유행 사태) 전에 저는 1년에 25번에서 30번 정도 세계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집에 머무를 때는 보고서 작성, 정부로 보내는 문서 작업 등에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이런 일들을 감당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매우 보람 있는 활동입니다.




    저는 특별보고관이 유엔으로부터 급여를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특별보고관이 유엔을 비롯해 세계의 어떤 정부에도 비판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유엔 시스템, 그리고 정부들이 소위 특별 절차 메커니즘이라고 불리는 것을 갖추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것은 유엔과 국제사회에게 인권 기반 접근법이 평화, 안보, 개발, 그리고 현재의 팬데믹을 극복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강력한 메커니즘입니다.


    플로렌스: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특별보고관 작업의 큰 부분이라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의 보고서는 건강과 정신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을 강조하고 전 세계의 정신건강 케어시스템의 과도한 의료화(over-medicalization)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였을 때 오래된 생물학적 담론을 대체할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보시나요?


    푸라스: 글쎄요, 제 임무와 역할의 기여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제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새로운 담론이 제시되는 과정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의미 있는 변화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모든 대륙을 방문했고 경험 전문가, 이용자, 혹은 정신건강 서비스의 이전 이용자(당사자를 의미) 등을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과 많은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저는 주요 메시지를 고안하는 것에 자신감이 넘쳤으며, 특히 2017년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의 경우 더욱 그랬습니다.


    물론 흑과 백으로 나눌 수는 없습니다. 저의 접근 방식은 생의료모델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필드에 존재하는 거대한 비대칭과 권력 불균형을 식별하는 것이었습니다. 정신건강 케어시스템은 여러 가지 이유로 잘못되어 왔지만 의료적 개입은 다른 개입들보다 더 효과적인 것처럼 알려져 왔습니다.


    현재 상태를 변화시키지 못하는 다양한 비대칭과 불균형(예를 들어 현재에는 movement for global mental health 등)이 있습니다. 제 보고서에 대해 많은 논쟁이 존재합니다.


    ※ 역자 주: movement for global mental health는 정신적 어려움을 생물학적 요인에서 비롯되는 신체적 질병과 유사한 질환으로 규정하고, 다른 질환에 비해 높은 부담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 후,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에서 첫 번째 조치로 정신과 약물을 주장한다.


    생의료모델을 비판한 것은 제가 처음이 아니지만, 이 시스템의 문제를 진단하기 위해 저의 위치, 그리고 제가 의사이자 정신과 의사라는 사실을 활용했습니다. 이 시스템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너무 급진적이라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저는 원칙에 충실했고 결코 기회주의적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제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해를 끼치고 있는 장벽에 대한 메시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장벽에는 생의료 모델 및 생의료적 개입의 남용, 권력 불균형, 특히 정신과 의사와 서비스 이용자 사이의 권력 불균형이 있으며 또한 지식과 증거의 편향된 사용 등이 포함됩니다.


    우리는 정신건강 정책과 서비스의 역할에 대한 주요 원칙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방법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보고서가 양극단으로 분절시키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전문가 집단의 양극화를 초래한 것은 제 보고서가 아닙니다. 극단화는 이미 제 앞에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저의 보고서, 특히 2017년 보고서에 대한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거나 매우 비판적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보고서와 보고관의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분노의 편지를 유엔에 보낸 전문가들도 있었습니다. 제 보고서에 담긴 메시지는 여러분 각자가 어디에 서 있는지, 그리고 이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테스트해 본 것 같습니다. 이것이 저의 목표 중 하나였다는 것을 고백해야될 것 같습니다.

    플로렌스: 당신이 작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어디서 지지를 얻었고, 어디서 가장 큰 저항이 일어났나요?


    푸라스: 많은 곳에서 지지가 있었지만 특히 시민사회에서 지지가 컸습니다. 제가 가는 곳마다 저의 메시지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자들과 비의료적인 정신건강 전문가들입니다. 또한 소수의 정신과 동료들의 지지를 얻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일본, 아이슬란드, 폴란드 같은 나라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은 “여기 우리나라의 정신건강 케어체계를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죠?”라고 묻습니다. 그러면 저는 “미안하지만 저도 모르겠어요. 저는 여기를 방문한 적도 없었고 이 나라의 시스템에 대해 탐구해본 적도 없어요”라고 답합니다.


    그러면 그들은 “아니오. 아니오. 당신은 확실히 알고 있을거에요. 왜냐면 보고서에 쓴 내용이 우리나라 상황을 정확히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말은 저에게 보람을 느끼게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쩌면 제가 보고서를 통해 이 악랄한 무력감, 시설화, 과도한 의료화, 배제로 특징지어지는 전 세계적인 실패를 포착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전 세계적으로 가지고 있는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에서는 모든 사람들, 환자는 말할 것도 없고, 정신과 의사까지 다 인질로 잡혀 있습니다. 제가 최초로 이런 말을 한 사람은 아니지만 정신의학 분야의 의사라는 배경을 가지고, 유엔이 임명한 독립적인 전문가로부터 이런 메시지가 나온 것에 더 무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플로렌스: 선생님은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였습니다. WHO(세계보건기구)와 global mental health initiatives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들이 서구 사회의 생물학적 사고를 개발도상국에 슬그머니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푸라스: 저는 조만간 나올 보고서에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고안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는 WHO가 유엔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그리고 유엔의 호스트와 WHO의 호스트는 각국의 정부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그랬던 것처럼 특별보고관은 독립적인 전문가로서 메시지를 공식화하는 것이 수월합니다. 저와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과감한 발언을 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립적인 전문가는 WHO 내 전문가들보다 더 비판적인 방식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WHO로부터 인권 기반 접근법이 선택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아니라 전적으로 수용되어야 한다는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듣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WHO quality rights initiative를 본 후 기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는 정말 매우 진보적이고 정신의학과 정신건강 케어시스템이 강제성 없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여전히 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길을 열어줍니다.


    WHO에는 필수 의약품 목록이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존재했으며, 항생제나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 등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필수 의약품 목록에는 향정신성 약물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여러 국가들을 공식적으로 방문했을 때 저는 관계자들에게 “당신의 국가에서 정신건강은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 그들은 “필수 의약품 목록에 있는 향정신성 약물들을 이용 가능하기 때문에 괜찮습니다”라는 답을 듣습니다. 하지만 정신건강 케어는 단순히 목록에 있는 향정신성 약물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이상의 것입니다.


    WHO의 필수 의약물 목록만 보고 있는 국가 관계자들은 필수적인 심리사회적 개입과 같은 것들은 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것을 추가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생의료적 개입에서 더 나아지기 위해 현재 필수적인 약물들과 더불어 다른 개입들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어떨까요? 더 나아가면 심리사회적 개입들을 약물치료보다 더 필수적이며 더 효과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전반적으로, 저는 WHO의 협력에 상당히 만족하지만 WHO가 보다 친인권적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그래서 정신건강에 대한 권리는 단순하게 모든 사람들에게 약물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모든 국가에게 주기를 바랍니다. 정신건강에 대한 권리는 모든 사람들이 모든 곳에서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들을 포함해) 폭력과 강제성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플로렌스 : 우리 모두 그 새로운 보고서를 빨리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까 팬데믹에 대해 몇 번 언급했습니다. 그것에 관해 조금 더 말씀해줄 수 있을까요? 최근 정신질환의 유행병을 일으키는 팬데믹에 대한 말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이미 등장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팬데믹 기간 동안 사람들이 겪고 있는 빈곤에 대한 스트레스, 심리적 스트레스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이니우스 푸라스 유엔 건강권 특별보고관 (c)마인드포스트 

    다이니우스 푸라스 유엔 건강권 특별보고관 (c)마인드포스트


    푸라스: 아마도 이상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작금의 상황으로 우리가 이제 권리에 기반한 정신건강 정책을 향해 나아갈 새로운 기회와 새로운 논거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번 팬데믹 사태로 우리는 현 상태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더욱 깨달아야 합니다. 심리사회적장애(psychosocial disabilities), 발달장애를 가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시설에 얼마나 오랫동안 머물러야 할까요? 우리는 팬데믹으로 인해 이러한 시설들이 훨씬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가능한 모든 것을 전 세계적으로 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 그리고 정신건강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과 성인들이 집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들은 어떤 인위적인 시설에서 거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존엄성에 반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유를 박탈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또 다른 이슈는 소위 일반적인 정신건강 문제로 불리는 것이며 이는 현존하는 생의료 모델에 의해 극도로 의료화됐습니다. 건강에 미치는 사회적 결정요인, 빈곤 등의 영향력은 정신과 진단 범주로 덮여졌습니다. 지금 팬데믹으로 인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슬프고 고립감을 가지게 됐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다시 의료화하고 병리화해야 할까요? 그것은 엄청난 불행이 될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탈출구가 있을까요? 있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정신건강 상태를 다루는 데 있어 의료화된 방법을 버려야 합니다. 저는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진단하는 대신 그들을 위한 지원과 케어 시스템을 생각하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의 위기를 정신건강 서비스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전세계의 정신의학 엘리트로 대표되는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메시지가 종종 반(反)정신과적이고, 정신과 의사들에게 공격적인 것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입니다. 정신의학은 위기에 처해 있고 특히 생물학적 정신의학은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정신의학과 정신건강 케어 시스템의 이미지와 명성을 보호하는 방법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팬데믹 기간 동안 저는 ‘정신질환’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불안하고 슬프고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왜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정신질환으로 간주해야 하나요?


    정신질환은 뇌에서 뭔가 잘못된 일이 일어났다고 가정합니다. 그 말은 의사들이 와서 이 질환을 고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되면 또 다시 과도한 의료화 및 권력 불균형 등의 악순환은 강화됩니다.


    지금의 상황은 정신건강 케어 시스템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분야를 악으로 규정하거나 극단적으로 비난해서는 안 되지만 정신의학은 시대에서 뒤떨어진 접근법으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정신의학은 강제성과 과도한 의료화라는 구시대적 유산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플로렌스: 멋진 생각이네요. 어쩌면 이 비극의 한가운데서 우리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 기회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보고관으로서 임기가 끝난 이후 다음에는 어떤 일이 있을지 우리에게 조금 말해줄 수 있을까요?


    푸라스: 저는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자리를 확고히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항상 NGO들과 많은 일을 하고 있었고, 지금 잘 알려져 있고 평판이 좋은 작은 NGO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단체는 리투아니아의 인권모니터링 기관입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향유하고 있지만 민주주의가 더 강해지고 성숙해지기를 원합니다. 특히 이 팬데믹 상황은 모든 민주주의 국가들을 위한 테스트입니다.


    리투아니아는 아까 제가 이야기했던 정신건강 케어 시스템의 오랜 유산을 가지고 있는 관심 지역입니다. 여전히 많은 아동들과 성인들이 대형 주거시설과 대형 정신병원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은 변혁이 절실히 필요하며 저는 이 일에 전념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와 같은 새로운 이웃 국가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고 좋은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저의 경험을 지역적 목적을 위해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는 글로벌 정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것입니다. 저는 항상 전 세계의 인권 상황에 대해 매우 많은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전 세계가 전반적으로 인권에 대한 존중이 없을 때 정신건강 환경이 인권 존중을 위한 오아시스가 될 것이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에겐 모든 국가가 모든 현장에서 권능적 환경(enabling environments)을 조성하는 것에 민감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더 나은 정신건강을 향유하려면, 우리는 가족, 학교, 직장, 지역사회,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우리는 관용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는 인권 원칙을 지키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좋은 정신건강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신건강 시스템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러한 원칙을 따른다면, 정신건강 케어 시스템의 위기, 정신의학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제가 보고서에서 말했던 것을 계속해서 반복하자면 정신질환의 위기는 없습니다. 시스템이 만들어낸 부담과 장벽에 의해 만들어진 위기가 있을 뿐입니다. 저의 공헌은 미약합니다. 세계적으로 열정적인 사람들, 헌신적인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힘을 합치고 점진적으로 나아간다면 많은 네트워크들이 형성될 수 있고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원문(Mad In America) / 클릭


    출처 : 마인드포스트(http://www.mi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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