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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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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정신의학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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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파도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7,248회   작성일Date 19-02-1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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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정신의학의 단상


     
    - 정신질환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있어 개인의 경험과 성장해온 문화, 언어 구조의 역할을 배제하는 것은 정신병이 신의 저주나 은총이라는 주장만큼이나 비과학적이다. 아마도 현대 정신의학은 자신들의 이 같은 환원 주의적 한계를 조금이나마 인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현대 의학은 더 이상 광기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증상의 다양성을 범주화하고 그에 대응하는 다양한 약물 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들은 21세기 초고도 자본주의 시스템의 지배 속에서 더욱더 가속화되고 있다. 중세의 마녀재판이 가톨릭 교단의 지배 아래 있었다면, 오늘날의 정신의학은 제약 산업의 강력한 로비 아래에서 정신병을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인간의 정신이 문화-언어적 구조 속에서 형성되거나 또는 이러한 형성이 좌절되어 ‘비정상적’ 구조로 들어서게 되는 사태는 결코 생물학적 실증주의로 파악될 수 없다. 인간 사유는 본질적으로 ‘언어’를 통해 기능하기 때문에 정신의 정상적 기능과 장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어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또 정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사회학 관련 지식도 필수적이다.

    - 자본주의의 세계적 지배는 의학을 학문과 의술의 영역이 아닌 서비스 산업의 한 영역으로 추락시켰고, 장기적 치료가 요구되는 정신병에 ‘진정제’ 투입이라는 새로운 처방을 내놓았다. 그러나 약물은 정신병 치료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정신병은 인간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망상과 관련돼 있는데, 사실 망상은 인간의 삶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상인’의 범주에 속하는 사람 모두가 매일매일 머릿속으로는 정신병자의 망상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고를 한다. 다만 ‘정상인’의 망상은 사회 내에서 받아들여지고 소통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닌 반면 정신병자들의 망상은 개별적이며 소통 불가능한 특수성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 의미를 다른 의미로 대체시키지 못하는 정신병자들은 의미에 사로잡히고, 그 벽에 갇혀 고통을 받는다. 발작은 정신병자들의 망상이 폭력적으로 발전했을 때 나타나는데, 정신의학이 이에 대처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망상 자체를 정지시켜버리는 방법이다. 이것은 오늘날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들이 내리는 처방이다. 망상을 정지시키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며 경제적 이익도 상당하다. 즉, 발작의 양상에 따라 약물을 처방하는 것이다. 그런데 환자가 처방된 약물을 복용하고 강제로 망상을 멈추게 된다면 그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답은 간단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정신병자에 대한 약물 처방은 ‘정신적 살해 행위’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 인류의 정신 속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의 연쇄가 소위 ‘정상’이라고 부르는 질서화에 복종하지 않을 때 정신의학은 그것을 정신병적 이미지로 규정하고 그것의 정지를 위해서 해당 약물을 투여하는 규제를 실시하게 되는데, 이 과정의 배후에서 자본주의의 상품 논리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여기서 사유는 상상할 자유를 박탈당하고 소비가능성이라는 협소한 자본의 감옥에 구속된다.

    - 비교적 단일한 구성의 약물 치료로 해결되지 않는 정신질환은 복합성이라고 표현되거나 경계선이라는 수식어로 명명된 뒤, 각각의 약물이 담당할 수 있는 부분으로 쪼개어져 하나의 원인이 아닌 여러 원인에 의해 야기된 것처럼 간주되어 다수의 약물이 투여되어야 하는 질환으로 변형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정신의학과 제약 산업은 서로 공생하며 광기라는 현상을 각각의 약물에 대응하는 선명한 정신병의 증상으로 환원시켜 버렸다. 마치 르네상스시대 고전주의자들이 우주의 질서를 정수의 가무한 집합과 동일한 것으로 상상했던 것과 유사하다. 인간 정신이 아무리 난해한 깊이를 지녔다 해도, 그것은 양의 문제일 뿐 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에서 이성 또는 지성의 단계는 양의 정수로 전개되고, 광기는 음의 정수로 퇴행한다.


    _백상현_라캉미술관의 유령들

    http://eatman84-work.blogspot.kr/2015/03/blog-post_6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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